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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3

[일상] 늘 푸른 소나무, 그러나 머무르지 않는…

소나무. 사시사철 푸른색을 잃지 않는 나무. 겨우내 푸르러서 봄이 온다는 생경함마저 느끼지 않는 존재. 그러나 문득 올려다 본 나무는, 늘 보아온 익숙함 대신 새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봄이 되어 훌쩍 자란 잎 가지의 끝에서는, 그 동안의 묵은 잎과는 분명 다른 색을 발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살아온 긴 세월에만 기대지 않고, 사시사철 푸른 그 익숙함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 봄에 소나무는 더 자랐고, 새 잎을 피웠고, 그리하여 머지 않아 다시 단단한 초록이 될, 맑은 연둣빛을 품게 되었다. 나무가 묻는 것 같다.너는 지금, 자라고 있느냐고. 그간의 세월을 차곡차곡 잘 쌓으며, 그 끝에 여전히 자라는 새 잎을 덧붙이며 살고 있느냐고.

토마토는 바쁘다 - 토마토 키우기 (가지 삽목, 물꽂이)

토마토 모종을 사다가 베란다에서 기르기 시작했다.토마토는 곧 노란 꽃을 피워냈다. 그런데 토마토 열매를 토실토실하게 잘 키우려면 '곁순 자르기'라는걸 해 주어야 한단다. 토마토의 원가지와 잎가지 사이에서 또 새로운 순이 나오는데 이 곁순을 잘라주지 않으면 영양분이 열매로 모이지 않는단다. 또 잎이 무성해지면 열매가 햇빛과 바람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토마토 수확의 부푼 꿈을 지닌 초보농부는, 하라는데로 곁순 자르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얼마정도 큰 가지도 있었는데, 그 가지를 보고 있자니 얼마전 영화에서 본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의 제목은 바로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예쁜 여주인공이 토마토를 따 먹고는그 가지 하나를 무심하게 땅 속에 발로 쑥 박아 넣는 장면..

[소설] 사랑에 난폭 - 요시다 슈이치 : 난폭하기 그지없는 사랑, 그러나…

[도서] 사랑에 난폭: 난폭하기 그지없는 사랑, 그러나… / 요시다 슈이치 지음 줄거리 결혼 8년차의 모모코. 안채에는 시부모님이, 그리고 아이가 없는 부부는 별채에 살고 있다. 시어머니는 다소 까다로운 성격이지만, 모모코는 이런저런 행동을 하며 그런 시어머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속마음에서는 이런저런 불평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코의 남편 마모루는 모모코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만나는 다른 여자가 있고, 모모코가 그녀를 만나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유유부단하고 도망만 치는 남편이 내연녀를 정리하지 못해 질질 끌고 있다고 생각한 모모코는 남편의 내연녀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모모코의 생각과 달리 정작 남편은 이혼하고 내연녀와 살겠다고 말한다. 그녀의 뱃속에 자신의..

12월, 겨울 바다에 서다

겨울의 바닷가. 겨울의 태양은 맑고, 바람은 청아하다. 그 날 한 가운데, 드넓은 바다를 혼자서 차지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하고 바랐다가, 이내 혼자인 이 시간이 되려 즐거워진다. 빈 것은 아니다. 파도 소리가, 갈매기가, 그리고 시리도록 청량한 바람이 바닷가를 채운다. 그리고, 백사장엔 바람의 발자국만이 잔뜩 새겨져 있다. - 사진 : 물치 해변 (강원도 양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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