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모종을 사다가 베란다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토마토는 곧 노란 꽃을 피워냈다.
그런데 토마토 열매를 토실토실하게 잘 키우려면
'곁순 자르기'라는걸 해 주어야 한단다.
토마토의 원가지와 잎가지 사이에서 또 새로운 순이 나오는데
이 곁순을 잘라주지 않으면 영양분이 열매로 모이지 않는단다.
또 잎이 무성해지면 열매가 햇빛과 바람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토마토 수확의 부푼 꿈을 지닌 초보농부는, 하라는데로 곁순 자르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얼마정도 큰 가지도 있었는데,
그 가지를 보고 있자니 얼마전 영화에서 본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의 제목은 바로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예쁜 여주인공이 토마토를 따 먹고는
그 가지 하나를 무심하게 땅 속에 발로 쑥 박아 넣는 장면이 나온다.
토마토는 그래도 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고.
일종의 삽목, 혹은 물꽂이인 셈인데,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니, 토마토는 가지를 꺾어 물에 며칠 담가 두면 뿌리를 아주 잘 내린단다.
농장에서도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토마토 나무를 늘릴 셈으로,
나도 곁가지를 잘라낸 것 중에 그나마 큰 것 두 개를 골라 물에 꽂아두었다.
하나는 빨간 대추방울토마토, 하나는 흑토마토다.
(흑토마토는 다른 거창한 이름이 있는 종이었는데, 이름을 잊고.. 그냥 흑토마토로 부르고 있다.)
가지가 크기 않아 자그마한 화장품 뚜껑을 사용했다. ^^
오늘 오후에 보니 하얀 뿌리가 송송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은 아직 짧지만, 토마토 가지는 분명히 뿌리를 뻗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여러 개의 뿌리를 동시다발적으로!
참으로 기특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가지 하나에서 힘겨웠을텐데, 그저 물 속에서 이처럼 많은 뿌리를 야무지게 뽑아내다니..
며칠 있으면 흙에 심어줄 수 있겠다.
비록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이 녀석, 참 바빴겠구나, 싶다.
내가 모르는 매 순간, 토마토 가지는 홀로 부단히 바빴으리라.
기특하다,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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