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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 청소년, 그 위태로운 세상의 균열

스위벨 2014. 6.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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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 The Kirishima Thing)

 : 청소년, 그 위태로운 세상의 작은 균열



/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 카미키 류노스케, 하시모토 아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출연

 

 


    줄거리    

 

금요일 방과 후, 배구부 최고의 선수이자 학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배구부는 물론이요, 그의 여자친구 '리사'와, 가장 친한 친구 '키쿠치'마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갑자기 날아든 그 소식에 당황한다. 하지만 키리시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연락 또한 되지 않는다.

그렇게 키리시마로 인해 벌어진 작은 균열을 시작으로, 점점 학교 내의 혼란은 증폭되어 간다.


 

 

청소년들의 세계, 학교

 

처음에는 키리시마가 빠진 배구부가 영향을 받는다. 당장 주말에 시합을 앞두고, 키리시마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여자친구 '리사' 또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와 연락마저 닿지 않는 것에 당황한다. 가장 친한 친구인 '키쿠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키리시마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혼란은 시작된다.

  

 

그런데 그들에게 국한된 줄 알았던 문제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간다. 키리시마의 여자친구인 리사의 혼란은 곧 여자아이들 그룹의 갈등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그 혼란은 점점 더 퍼져나가, 키리시마나 운동부와는 전혀 상관 없는 듯이 보였던, 영화부의 '마에다(카미키 류노스케)'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문제는 학교 내 아이들 전체를 뒤흔든다. 청소년기의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와 함께, 또래에 의해 쉽게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그러면서도 연약하고 위태로운 그들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한 가지 문제가 얼마나 멀리까지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의 시간, 다양한 시각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상황을 여러 번, 여러 인물의 각도에서 본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상황을 맞이하는 여러 사람의 입장과 마음,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한다.

그리고 감춰져 있던 아이들 각각이 품은 마음이, 바라보는 각도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다른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자라나는 아픔, 성장통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심적 갈등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로 키쿠치(히가시데 마사히로)다. 그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뭐든 하면 웬만큼은 잘 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 하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면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끝낼 때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면서도, 야구부는 그만두었다.

  

 

그런데 키리시마의 부재 이후 그의 눈에 자꾸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키리시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쓰는 배구부 남학생의 모습이라든지, 스카우트 되지도 못했으면서, 3학년임에도 끝까지 성실하게 연습을 해나가겠다는 야구부 주장. 그들은 비록 재능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런 그의 마음에 정점을 찍는 건, 영화의 마지막, 영화부 '마에다'와 나누는 대화다. 영화부 부장인 '마에다'는 한마디로 영화에 빠진 아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하고, 운동부 남학생들한테는 가뿐히 무시당하고, 여학생들에게는 놀림거리만 되는 그런 아이다.

  

 

키쿠치는 마에다의 카메라를 들고, 장난스레 그의 인터뷰를 하는 듯한 물음을 던진다. "영화 감독이 될 거야? 여배우와 결혼합니까? 아카데미 수상 감독이 되는 겁니까?" 하지만 마에다의 대답은 의외다. "아니, 영화감독이 되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그리 열심히 영화를 찍느냐는 키쿠치의 물음에, 마에다의 대답이 어어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랑, 우리가 찍고 있는 영화가 연결 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아주 가끔이지만, 그게 좋다고 할까?"

 

그저 좋아하는 것과 연결된 일을 해서 즐겁다는 마에다.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하루하루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친구들. 그 대답에, 늘 무언가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던 키쿠치는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

  

영화 속에서는 결정적인 사건이나 정점을 이루는 갈등도 없고, 마무리도 정확하지 않다. 정작 영화의 제목이 된 키리시마는 제대로 얼굴 한 번 볼 수 없고, 또 그가 왜 그만뒀는지 등등의 이야기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건 작은 구성원 하나의 부재와 함께 시작된 갈등과, 그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들 사이의 주고 받는 영향,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속해 있는 세계가 점점 맨 얼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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