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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 - 외로운 그, 사랑을 배우다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스위벨 2014. 6. 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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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 (HER)

: 외로운 그, 사랑을 배우다


/ 스파이크 존즈 감독

/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출연

/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영화제 각본상 수상

 

 

    줄거리    

 

가까운 미래의 시간. '테오도르 (호아킨 피닉스)'는 아내와 별거하고 혼자 지내고 있다. 집에 온 그는 내내 혼자 시간을 보내고, 그를 상대해 주는 건 게임 속의 캐릭터뿐이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길을 걷다 한 광고를 보게 된다. 인공지능운영체제(OS)에 대한 광고였다. '인공지능 운영체제로,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을 아는' 이라는 문구에 끌린 테오도르는 그 운영체제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운영체제를 시작하자, 그녀는 자신을 '사만다 (스칼렛 요한슨)'라고 소개했다. 사만다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이다. 광대한 영역에서 스스로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지식을 얻고, 그를 통해 스스로 성장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 사만다와의 대화를 통해, 테오도르는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점점 진전되어,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기에 이른다.

  

 

 

소통의 시작

 

테오도르는 다른 이의 편지를 대신 써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편지를 받는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요소들을 골라, 자신의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끄집어 낸다.

하지만 직장 밖에서의 테오도르는 그와 반대의 모습이다. 참 서툰 사람이다. 다른 이들의 편지를써 줄 때는 그렇게 마음을 잘 헤아리고, 좋은 말들을 골라내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는 정말 재주가 없다.


 

그 때문에 친구나 동료를 비롯한 이들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그는 누군가와 직접 부딪쳐 갈등을 겪어내는 대신, 거리를 두고 떨어지는 것을 택한 것이다. 사람 사이의 그 무게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던 그는 결국, 외롭게 홀로 남았다.

 

그런데 사만다는 서투른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런 그녀와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테오도르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같은 것을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에 대해서.

  

 

 

사랑하는 방법

 

비록 사만다는 운영체제이지만, 그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 그녀는 테오도르의 관계를 마치 사람 사이의 그것과 같이 만든다. 그들의 겪는 갈등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평범한 연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대화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인공지능체제와의 사랑이건만, 사랑하는 이들은 당연히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 속에서 테오도르는 예전에 부인에게 그랬듯, 혼자만의 고민 속에 빠져 사만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만다는 끊임없이 테오도르를 불러내고, 테오도르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그들은 갈등도 함께 겪으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이 마주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가 다가온다. 바로 '운영체제'와 '인간'이라는, 그 뚫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테오도르는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사만다가 '운영체제'라는 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리고 끝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다. 그러나 결국 이별로 끝나야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I've never loved anyone the way I loved you." (나는 이제껏 그 누구도 당신을 사랑한 것처럼 사랑한 적은 없었어.)

"Me too. Now we know how." (나도 그래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아요.)

  


 

 

그녀가 가르쳐 준 것들

 

영화 속 인공지능 프로그램과의 사랑을 보는 관객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릴 것이다. 말도 안 된다는 측과 충분히 공감한다는 측. 이 영화 속에서 테오도르를 지켜보는 등장인물들이 그러했듯 말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녀'로 자리잡았고, 그가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법을 알도록 가르쳐 준 존재였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진짜 마음을 주었고, 그리고 그 결과,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은,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고 그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테오도르는 이혼한 부인에게 편지를 쓴다. 그 동안 하지 못한 말들을 비로소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미래로 설정된 배경, 지금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력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테오도르의 직업은,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대신 써 주는 것이다. 물론 테오도르가 말을 하면 컴퓨터가 받아 적고 출력하는 형식이지만, 그 모양새는 엄연히 손 편지다. 누군가가 직접 하나씩 꾹꾹 눌러쓴, 더할 나위 없이  아날로그적인.

  

 

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황은, 더욱 분명하게 말한다.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인간이란 존재는 늘 누군가와의 소통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말을 건네는 존재여야 함을. 그 방식은 변할지언정, 그 본질은 결코 변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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