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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스트 오퍼 - 삶에서 만난 최고의 명작, 그 가치

스위벨 2014. 6. 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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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스트 오퍼 

(La migliore offerta, The Best Offer)

: 삶에서 만난 명작, 그리고 각자가 매기는 가치



/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출연

 


 

    줄거리    

 

예술품이 지닌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는 완벽한 미술품 감정사이자 유명 경매인인 '버질 올드먼 (제프리 러쉬)'. 그는 어느 날 '클레어(실비아 획스)'란 여인으로부터 저택에 쌓인 미술품의 감정과 경매 처리에 대한 의뢰를 받는다.

  

 

그런데 클레어는 대인공포증으로 인해 15년동안이나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대저택의 숨겨진 방 안에서 혼자 은둔하며 살아왔다. 때문에 올드먼을 대할 때도 전화를 이용하거나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한다.

 

올드먼은 그 집 지하실에서 예술품들을 둘러보던 중 금속 톱니바퀴를 발견하고, 그 것을 기계 전문가인 로버트에게 가져다 준다. 로버트(짐 스터게스)는 그것이 '보캉송의 골동품 자동창치(로봇)'의 부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올드먼은 그 부품들을 더 찾기 위해서 그 집을 다시 찾게 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보캉송 자동장치의 부품을 찾기 위해서 그 집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드먼은 점점 클레어에게 관심이 가고, 급기야 사랑하기에 이른다. 클레어 또한 올드먼을 믿고 의지하기 시작한다.

 

 

예술과 인간, 그리고 삶

 

올드먼은 최고의 감정사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장갑을 끼고, 전화통화를 할 때도 휴지로 감싸 들고 통화한다. 그는 직접 접촉하는 건 오직 예술품뿐이다.



그런 그에게 삶의 낙이라 한다면, 예술품, 특히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명화를 모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경매를 진행하면서 친구인 '빌리(도날드 서덜랜드)'와 짜고, 자신이 가지고 싶은 그림을 그로 하여금 대신 낙찰 받도록 꾸민다.

 

빌리 또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지만, 올드먼은 빌리의 그림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에게 말하는 데도 가차없고 매몰차다. 올드만은 사람 사이의 일이나 마음 같은 것은 개의치 않는다. 그저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예술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뿐이다.

  

 

 

인생의 '베스트 오퍼'

 

타인에게 벽을 쌓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던 올드먼이, 사랑에 빠졌다. 클레어를 만날 때는, 예술품들을 대할 때 그랬듯 장갑을 벗는다. 얼굴을 직접 쓰다듬고, 사랑을 표현한다. 클레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그 노력 끝에 클레어는 마침내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올드먼은 '클레어'를 위해 자신 인생에서 이제껏 없었던 '베스트 오퍼(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을 뜻하는 말)'를 외친다.

그는 클레어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경매인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 될 수도 있는, 클레어가 의뢰한 예술품의 경매를 전면 취소한다. 이어 자신의 완벽한 성 안에서, 클레어와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경매인으로서의 삶도 내려놓으려 한다. 클레어가 있다면, 다른 모든 예술품은 더 이상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경매 날이 다가온다.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짓 속에 숨겨진 진실?

  

예술성은 그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것은 가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본질을 어필하려 한다

 

올드먼은 그 점 때문에 자신이 위작을 한눈에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 위작의 작가도, 그 위조 작품 안에 자신만의 무언가를 담으려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위조 작품 속에도 진품의 면모가 감추어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믿은 모든 것은 가짜였다. 클레어의 사랑도, 로버트가 조립하던 '보캉송'의 자동장치 인형도, 모두 빌리가 계획한 사기극이었다. 올드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그림을 가볍게 폄하해 버린 데 대한, 일종의 복수였던 셈이다.

올드먼 마지막 경매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는, 클레어와 함께 그가 평생 모았던 명화 컬렉션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올드먼은 경찰서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 클레어와 나누었던 사랑의 순간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은 진짜'라던 그녀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위조작품 속에도 진품의 면모가 감추어져 있다면, 비록 모든 것이 사기였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진짜 그녀의 감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드먼은, 클레어가 가고 싶다고 했던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자신이 판단한 대로,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이 제시한 최고가의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서.

  

 

◇◆◇

 

사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결말을 먼저 알게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다. 단순히 결말의 반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 영화였다. 예술품과 삶, 진실과 거짓, 그리고 어떤 것에 대해 각자가 매긴 가치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기도 했다. 또한 매서운 감정사인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영화 속에서 여러 명작을 만나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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