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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 메이지는 알았고, 부모는 몰랐던 일

스위벨 2014. 3.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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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What Maisie Knew)

 : 메이지는 알았고, 부모는 몰랐던 일

 

 

- 감독 / 스콧 맥게히, 데이빗 시겔

- 출연 / 줄리안 무어, 오나타 에이프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조안나 밴더햄, 스티브 쿠건

 

 

 

    줄거리    

 

메이지(오나타 에이프릴)의 부모인 수잔나(줄리안 무어)와 (스티브 쿠건). 그들은 이제 6살인 메이지가 듣던 말던 상관없이, 매일 험악한 말들을 내뱉으며 싸운다. 그리고 결국, 이혼에 이른다. 그들은 딸 메이지의 양육권을 서로 가지기 위해 치사한 법정 싸움을 하지만, 결국은 서로 10일씩 번갈아 가며 돌보게 된다.

 

 

이에 아빠는 메이지를 돌보아 주던 유모 '마고(조안나 밴더햄)'와 결혼을 하고, 이에 질세라 엄마도 '링컨(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 결혼을 한다. 메이지는 10일마다 아빠와 엄마의 집을 번갈아 가는데, 바쁜 엄마 아빠 대신 늘 메이지와 시간을 보내는 건 새 엄마 마고와 새 아빠 링컨이다.

 

 

 

이기적인 사랑, 사랑일까?

 

엄마 수잔나는 메이지를 사랑한다고 항상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언제나 찰나다. 일이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린 메이지를 링컨에게만 맡겨두고 나간다. 그러면서도, 메이지가 자신보다 오히려 링컨과 더 친한 듯한 모습은 참을 수가 없다.

 

아빠 빌도 수잔나와 별다를 것 없다. 그는 바쁘다며 이곳 저곳으로 늘 출장을 간다. 그 시간 동안 마고는 늘 메이지 곁을 지킨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마고에게 기본적인 존중이나 배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기적인 사랑법은, 그저 자기 편할 때, 자기 좋을 때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다. 자기 내킬 때만 찾는 사랑이다. 그런 그들은 새로 만난 배우자들은 물론, 자신의 딸 메이지까지 상처 입힌다.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메이지는 모든 순간 그곳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향해 욕설을 내뱉을 때, 엄마가 자기를 데리러 오는 걸 잊었을 때, 아빠가 자신을 두고 외국으로 떠날 때, 자신들을 대신해 돌보아주던 링컨과 마고에게 함부로 할 때.

 

하지만 내내 메이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타박도 하지 않는다. 울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자기 일만 묵묵히 한다.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런 메이지가 영화 속에서 딱 한 번 눈물을 흘린다. 다시금 무책임하게 떠난 엄마 때문에 자신을 돌보아 줄 이가 아무도 없는 가운데, 두렵고 낯선 집의 침대에 혼자 누워야 했던 6살 메이지는, 결국 눈을 감고, 눈물 한 방울을 조용히 흘린다.

 

영화는 특별히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끄집어내 말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영화는 6살 아이의 시각을 대변하지만, 담담하게, 그리고 꾸밈 없이 흘러간다. 그저 그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다. 마치 메이지가 내내 아무 말 없이 그리 했던 것처럼.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가장 두렵고 무서웠던 순간, 어린 메이지가 한 말은 이것이었다. "집에 갈래요. '마고'는 어디 있어요?"

옆에 자신의 손을 잡아줄 이가 없었던 그 때, 메이지가 찾은 건 엄마 아빠가 아니라 '마고'였다. 그리고 다음날 그곳으로 메이지를 데리러 온 사람 역시 '마고'였다. 또한,  바닷가에서 지내는 마고와 메이지를 찾아온 사람도, 메이지의 아빠가 아니라 링컨이었다.

 

                

 

메이지의 부모는 자신이 시간이 나서 보고 싶을 때, 메이지가 그저 예쁜 인형처럼 곁에 있어주길 바란 것뿐, 부모로서 해야 할 책임은 단 한 가지도 하지 않았다. 메이지가 힘들 때, 메이지가 아플 때, 옆에 아무도 없을 때, 메이지가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아이의 곁에 있던 사람은 마고와 링컨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메이지는, 자기 맘대로 또 한밤중에 불쑥 나타나 가자고 하는 엄마에게 따라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물론 엄마도 반갑고 좋지만, 지금은 링컨, 마고와 먼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메이지였다. 수잔나와 빌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저버린 많은 약속과 그 사람들을, 메이지는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단지 자신이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메이지가 늘 자신의 소유라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던 수잔나. 그 순간 그녀가 메이지에게 할 수 있는 건, "네 엄마가 누군지 알지?"라는, 참 구차한 말뿐이었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 메이지는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간다. 메이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 건조한 표정이 줄곧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메이지의 시선과 표정, 그 맑은 눈이 무얼 보고 있는지, 그 작은 손이 기대는 곳이 어디인지… 그러나 6살 메이지는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부모는 아무것도 몰랐다.

 

               

 

영화는 소설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 '헨리 제임스'가 1897년도에 발표한 책으로, 제목은 영화의 원제와 같은 [What Maisie Knew]다. 이 책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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