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겁이 났다. 언젠가... 너를 잃어야 하는 날들이. 너를 잊어야 사는 날들이. 두려워서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네가 떠난 후에도 허물어지지 않도록, 혼자서도 서있을 수 있도록. 내 마음자리 안쪽으로, 너의 마음자리 바깥으로. 그래서 이렇게 보낸다. ○ 망상의 조각들 2014.10.23
하늘, 물들다 해가 지면 서글펐다. 지는 해를 내가 어쩌지 못함에, 아쉬움에... 그저 눈물만 글썽였다. 그러자 하늘이 붉게 물든다. 온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안고 말한다. 괜찮다고, 내일 또 해가 떠오른다고. 그리고, 이렇게 저물어 가는 하늘녘도 슬픈 게 아니라고.하루를 정리하는, 편안하고도 그리운 시간이라고. ○ 망상의 조각들 2014.10.13
텅 빈 버스 정류장 비 오는 어스름.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 누군가 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참을 혼자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이어폰을 한 쪽만 끼고 노래를 재생하면, 빗방울과 섞인 그 순간의 음악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노래 몇 곡이 흘러도 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뒤돌아 보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다. 정류장은 텅 비었다. ○ 망상의 조각들 2014.10.02
나무의 시간 아주 작아서 풀과 같은 시간이 있다. 한 번 밟히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시절이 있다. 그런 연약한 시간을 견뎌내야 비로소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하지만 곧잘 착각하곤 한다. 큰 나무는, 굳건하고 단단한 나무는,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그리고는 내가 큰 나무가 아님을 슬퍼한다. ○ 망상의 조각들 2014.09.30
바다의 표정 바다는 볼 때마다 다른 얼굴로 나를 맞는다.같은 듯 하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얼굴이었던 적이 없다. 그런 바다의 표정을 만드는 것들 : 태양, 바람, 그리고 바다를 보는 나의 마음. ○ 망상의 조각들 201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