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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하숙의 응답은 “해피엔딩!” [응답하라1994, 마지막회-90년대에게]

스위벨 2013. 12. 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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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21화 (마지막 회) - 90년대에게

: 신촌하숙의 응답은 "해피엔딩!"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을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 준 그곳. 우린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 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우린 같은 시간 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그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그렇게 신촌하숙도 막을 내렸다. 신촌하숙의 역할은 그들의 청춘을 잘 지켜주는 것이었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 떠나자마자,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간판을 떼어냈다.

 

 

그런 신촌하숙의 마지막 응답은 '해피엔딩'이었다. 나정이는 쓰레기와의 눈물 나는 사랑을 이루어냈고, 삼천포와 윤진이도 결혼해서 평범한 부부로 살고 있다. IMF의 여파로 결혼이 늦어진 해태도, 자신에 대해 아프게 고민했던 빙그레도, 모두 잘 자란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을 지나온 칠봉이에게도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그들의 청춘 속에는 아픈 사랑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사랑을 이루었다. 눈부신 첫사랑을 이룬 그들은, 지금은 아저씨가 되었고, 아줌마가 되었고, 상사 눈치 보는 월급쟁이가 되었다. 아이들 공부하라 성화 대고, 오르는 전세가 골치 아프고, 대출 때문에 허리 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앞으로의 시간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응답하라1994'는 90년대의 시간을 불러냈다. 아니, 굳이 90년대로 국한되지 않는, 젊은 날의 우리를 떠오르게 했다. 나정이의 아픈 사랑을 보며 나는 내 첫사랑을 떠올렸고,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했다. 빙그레의 꿈에 대한 고민을 들으며, 나는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그 물음에 공감했다. 칠봉이의 실연을 보며, 살다 보면 잊혀지는 날 있노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드라마라는 걸 안다. 그들의 가족 같은, 오래 지속되는 값진 우정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마지막 응답을 보면서, TV속 그들처럼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떠나온 그 시간이 떠올라 한동안 먹먹했다.

 

 

'응답하라'의 마지막 회는 물었다.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젊음과, 그리고 당신의 현재에 대하여. 그들은 물었다. 당신의 청춘은 어땠느냐고. 그 쓰고, 시고, 눈부셨던 시간을 지나온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그런 그들의 물음에 나도 언젠가 응답하고 싶다. 내 오늘이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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