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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천송이를 위하여! [별에서 온 그대]

스위벨 2013. 12. 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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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웃픈 천송이를 위하여!

 

천송이(전지현)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워너비다. 예쁜 얼굴, 쭉 빠진 몸매와 기럭지, 대한민국의 톱여배우. 드라마 속에 그려지는 그녀는, 그래서 종종 안하무인에 개념이 3%쯤 어디로 날아간, 그런 여자로 그려진다. 그녀가 많이 듣는 악플 중에는 '뇌에 보톡스 맞았냐?'가 단연 우세할 정도로, 생각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한 마디로 밉상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천송이가 시청자들에게 밉상으로 보여서는 결코 안 된다. 비록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여배우 천송이는 그렇더라도, 시청자가 보는 여주인공 천송이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는 시청자들이 천송이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도록 몇 가지 장치를 해 놓았다.

 

 

 

 

남다른 엄마

 

그녀의 엄마는, 보통 엄마와 다르다. 딸을 물주쯤으로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딸이 인연 끊을 정도로까지 속물이다. 게다가 모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간단한 맹장수술이라지만, 그래도 딸이 수술을 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자기가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지가 먼저다. 그녀는 아파 죽을 듯하더라도 혼자 낑낑거리며 병원에 가려고 나설지언정,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는다. 차라리 차가운 옆집 남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트위터가 최고의 친구

 

그녀는 외롭다. 옆에서 시중들어주고, 말 한마디면 설설 기는 매니저와 사장, 그리고 스타일리스트가 있건만, 그들에게 천송이는 '배우'다. 자신들이 관리해야 할 배우. 그래서 그녀는 트위터를 최고의 친구로 삼았다. 하지만 어찌 그리 뱉는 말마다 홈런인지, 네티즌들에게 물어뜯을 먹잇감만 선사하는 꼴이다. 그래서 매니저는 트위터 좀 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안쓰럽다. "그럼 난 누구랑 말하니?"

 

 

 

 

힘겨운 백조의 발짓

 

호수 위 백조는 우아하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물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힘겨운 발짓을 해야 한다. 천송이가 딱 그렇다. 예쁜 여배우로 살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참 가상하다.

차마 허리도 못 필 정도로 통증을 느끼면서도 최고의 병원 패션 운운하며 화장을 해대는 그녀는, 웃프다. 입원해서 먹고 싶은 것들을 줄줄 꿰면서도 꼭 칼로리를 덩달아 내뱉으며 먹어본 지 언제인 줄 모르겠다는 그녀. 병원 복도를 오갈 때조차도 사람들을 의식해, '마치 섬유유연제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의 헤어스타일을 주문하며 드라이기 아래 머리를 맡기는 그녀.

 

 

 

 

자기 앞에서 실실 웃는 사람들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서다. 엄마도, 친구 유세미(유인나)도, 자기 남자친구라 우기는 이휘경(박해진)까지… 그들에겐 모두 자신만의 속내가 있다. 그래서 웃는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 아는 여배우 천송이는, 그래서 도민준(김수현)이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다 아는 자기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무관심하다. 카메라 앞에서도 마구 망신을 줬다. 그래서 천송이도 어느 정도 내려 놓았다. 도민준에게 예쁜 여배우로 보이는 걸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서 실수하고, 만취해 주정하고, 방구까지 뽕 뀌어 보였다. 도민준 앞에서 여배우 천송이는 잠시 잊어버렸다. 진짜 별에서 온 남자 '도민준'과, 지구에 살지만 홀로 외딴 별에 떨어진 듯한 '천송이'. 그들이 운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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