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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결국 선택이다 [응답하라1994 19화-운명을 믿으십니까?]

스위벨 2013. 12. 2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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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9화 – 운명을 믿으십니까?

: 운명은 결국 선택이다

 

 

나정이와 쓰레기가 헤어진 후, 좀처럼 볼 수 없던 얼굴이었다. 나정이의 아버지, 성동일 코치는 자기 딸과 헤어진 그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아들아…

 

"아들아… 너는 어뜨게 생각할 지 몰라도 넌 나한테 아들이다. 나정이 오래비 훈이 놈이… 그놈 죽고 나서 니가 대신 아들 노릇 한다고 우리집 와서 아버지 어머니 불러쌈서 미친 쓰레기 짓을 다하는 그 꼴을 보면서…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나아지더라…

근데 어쩌겄냐. 세상일 뜻대로 안 되고, 더군다나 자식일 뜻대로 안되고. 그라고 니 놈이… 니 놈이 나한테 어떤 놈인데. 나가 너를… 너를 평생 안 보고 살 자신 있겄냐. 인자 나는 괜찮애. 괜찮은게 집에 전화 한번씩 넣어줘라."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오면서 그는 쓰레기에게 장갑 하나를 건넨다. 일화가 떠준 가족 장갑이었다. 그 빨간 벙어리 장갑에 마음을 담아, 그는 가족이 되지 못한 그에게, 끝내 가족 장갑을 건넸다. 사위가 되지는 못했어도, 결국 그는 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별을 마주한 나정이의 외로워 보이는 얼굴보다, 쓰레기의 멍울멍울한 눈가보다, 나는 성동일 코치의 그 한마디가 더 뭉클했다. '아들아'란 그 한 마디가. 언제나 무뚝뚝하며, 항상 입에는 걸쭉한 욕이 먼저 튀어나오던 그였기에, 그 말은 더 진하고, 애틋했다.

 

 

한편 밀레니엄을 계기로 나정을 다시 마주하게 된 칠봉이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미 딴 운전면허를 핑계로 그녀 곁에 붙어 다닌다.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그의 노력에, 아마 나정이의 마음도 조금씩은 동요가 있는 듯했다. 그리고 마치 운명인 것처럼, 자기가 필요로 할 때, 그 순간 칠봉이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운명은 그의 편인 것만 같았다. 그 긴 시간을 기다린 그에게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정이에게 다시 한번 마음을 전했다. 헤어지기 전, 그가 남겼던 마지막 말을 다시 건네면서 말이다.

 

하지만 과연, 운명이란 어떤 것일까? 나정이와 칠봉이, 그리고 쓰레기는 각자, 운명에 대해 곱씹어야 할 상황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쓰레기는 이렇게 말했다.

"운명은 지랄 맞다. 운명은 우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지로 쳐 넣기도 하며, 끝끝내 우리의 간절한 기도 따위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운명은 지독하고 힘이 세다."

 

 

1999년의 마지막 날, 그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호출과 교통정체, 거기에 교통사고까지. 그가 나정이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진 후였다. 그는 여전히 나정이를 잊지 못했으나, 나정이를 만날 기회를 그렇게 잃어버렸다. 운명은 자신의 편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잔인한 운명을 마주한 건 칠봉이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제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온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운명은 또 다시 나정이가 쓰레기를 만나도록 하고야 말았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것 같던 그 순간 말이다. 그리하여 칠봉이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운명이 지독하고 힘이 센 또 다른 이유,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이렇게 운명은 잔인하다."

 

 

그리고 운명의 잔인함을 곱씹은 건, 그 둘을 마주한 나정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으나 결국 헤어져버린 사람과,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데 아직 받아주지 못하는 두 사람을,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운명은 벼랑 끝으로 나를 내몰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 내게 공을 넘겨버렸다. 운명은 결국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

 

 

그 얄궂은 상황도, 심술 맞은 우연도 모두 만들어낸 건 운명이다. 하지만 그 지독하고 잔인한 운명이 가진 힘은 거기까지다. 마지막에 운명을 만드는 건, 결국 '선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운명이어야,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나정이는 '선택'할 수 있다. 예전에 이 드라마는 말했다. 삼천포가 윤진이의 남편으로 밝혀지던 그 날이었다. 과거의 수많은 선택이 모여 지금의 현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정이는 자신의 운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쓰레기도, 칠봉이도 마찬가지다. 우리 앞에 놓인 잔혹한 운명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바른 선택'과 '지지 않는 노력'뿐이다.

 

 

덧. 상황은 이미 결정지어진 것 같다. 어제 포스팅에 남긴 덧글대로, 칠봉이가 나정이를 쓰레기에게 보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세 사람 모두에게 좋은 그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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