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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직 늦지 않았다 [응답하라1994 18화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스위벨 2013. 12. 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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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94 18화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사랑은, 아직 늦지 않았다

 

 

1997년 11월, 오늘 하루 동안 그려진 신촌하숙에는 많은 일이 몰아쳤다.

 

군대 갔던 해태는 재대를 했고, 입대전 난리를 쳤던 삼천포는 국가유공자 집안의 자제인 덕에 6개월만에 제대를 했다. 졸업을 앞둔 윤진이는 첫 출근을 기다리고 있고, 나정이는 취업 준비중이다. 그리고 나정이와 쓰레기, 그들의 결혼은 1월로 정해졌다. 그 많은 시간과 사건들이 오늘 하루동안 바쁘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계속된 방송사고도, 그 복잡함에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시티폰으로 인한 주식투자의 실패도 그럭저럭 잘 넘어가나 싶었던 나정이네 집에도, IMF가 몰아치고 말았다. 나정이의 취업과 윤진이의 첫출근을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던 바로 그때였다.

 

197년 11월 21일. 거짓말처럼 나라가 망했다. 찬란한 X세대였던 우린 하루아침에 저주받은 학번이 되었다. 프로야구도 비껴가지 못한 한파에 아빠는 재계약에 실패하며 서울쌍둥이를 떠나게 되었고, 윤진이는 회사로부터 당분간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내게 신입사원 연수 날짜를 알려주겠다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IMF바로 전까지도 집권자들은 국민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무턱대고 괜찮다고만 버티다가, 결국 무너져서야 터트렸다. 일반 국민들은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그렇게 차가운 IMF를 맞아야 했다.

 

나정이가 힘겹게 준비해 합격한 회사는 부도처리 되었고, 주식실패와 더불어 아버지의 실업을 맞아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더 취업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취업을 하자마자 해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것도 호주로, 무려 2년이나 말이다. 바로 결혼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나정이는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힘들어진 집안 상황도 그렇지만,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쓰레기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부산 병원으로 내려갈 때 나정이가 그랬듯이, 쓰레기 또한 그녀를 보내줄 수밖에 없다. 그녀가 바라니까, 그녀의 미래를 자신의 욕심으로 잡아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결혼을 미루고, 나정이는 호주로 떠난다.

 

 

쓰레기와 나정이에게는 부산에 떨어져 지내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점점 바쁜 생활이 이어져 가고, 함께 찍은 사진이 서류 더미에 파묻혀갔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고, 그렇게 상대방이 없는 일상이 익숙해져만 갔다.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그 특별함도 시간 앞에서 생활 앞에서 지극히 평범해져 가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우린 소홀해 졌고, 모두가 그렇듯 우린 무뎌졌다. 그리고 결국엔 그 소홀함과 무뎌짐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우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연인이 되어갔고, 그렇게 우린 헤어지지 않은 채 헤어졌다.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2년의 시간은 그들을 그렇게 바꾸어 놓았다. 연인이었던 그들을, 연인이 아니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1999년 12월 31일이 다가왔다. 나정이가 집으로 들어서는데, 모두들 외출할 채비 중이다. 친구들은 모두 1996년의 약속을 잊어버렸다. 밀레니엄 전날을 하숙집 2층 거실에 모여 함께 지내자던 그 약속을 말이다.

 

혼자 2층 거실에서 술을 따르며 앉아 있는데, 천천히 흰 눈이 내리고, 누군가가 2층 거실로 올라선다. 그는 바로 칠봉이였다. 칠봉이가 일본으로 떠난 후 처음 보는 그들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곧 얼굴에 미소를 띤다. 그리고 라면을 먹으며, 함께 새해를 맞는다. 예전 그때처럼 말이다.

 

 

 

그들이 밀레니엄의 약속을 하던 14화를 보고, 나는 이런 내용이 담긴 포스팅을 썼었다.

 

신촌하숙의 떠들썩한 그들은 1994년의 첫만남을 지나 1996년까지 왔다. 1996년의 그들은 2층 거실에 모여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1999년 12월 31일, 신촌하숙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나는 왠지 이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1996년의 그들 앞에 굳이 1999년의 약속을 들고 나온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도, 하숙생들은 서로 자기 혼자만 와 있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날, 아마 꼼꼼한 성격의 나정이가 1999년에 잊지 않고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그리고 그 자리에 나오는 나머지 한 명이, 고아라의 남편 김재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오는 건, '몇 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말을 건넨 칠봉이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 바람이 강하게 반영된 예측이다. ^^)

 

그날 내 감이 괜찮았었나 보다. 그날의 짐작이 상당부분 맞아졌다. 다만, 마지막 부분의 내용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오늘의 제목처럼 해태는 첫사랑 애정이를 다시 만나 변하지 않은 마음을 확인했다. 무려 6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러므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 말은 아직 나정이를 완전히 잊지 못한 칠봉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한번 인연이 어긋난 쓰레기에게도 아직 늦지 않은 말이다. 여전히 촉촉한 쓰레기의 눈가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쪽도 쉽사리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비록, 내가 칠봉이를 아주 조금 더 좋아한다 해도 말이다. ^^) 칠봉이에게도, 쓰레기에게도… 사랑은, 아직 늦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칠봉이가 잠시 나정이를 만나지만... 자기 옆에서 나정이가 진정으로 행복하지 않음을 알고, 쓰레기와 다시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 그래서 현재 상암동의 그들은, 그렇게 다 같이 웃으면서 앉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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