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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지른 운명적 사랑 [별에서 온 그대]

스위벨 2013. 12. 1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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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우주를 가로지른 운명적 사랑

 

'첫화' 혹은 '첫회'란 표현대신 이 드라마는 이렇게 표시했다. 첫 번째 기록. 이는 드라마 자체가,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의 '기록'이라는 얘기다. 도민준이 우주로 돌아가기 전에 남기는 <지구에서 마지막 3개월 간의 기록>. 그런만큼 도민준이 하는 이야기로부터 드라마는 시작했다.

 

지구에 와서 무려 400년이 지났다. 도민준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한양이 서울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10년에 한 번씩 신분세탁을 하느라 군대에서 지낸 시간이 무려 49년 7개월이란다. 외계인인 만큼, 절대로 늙지 않는 외모 때문이다.

 

그는 내내 지구에서 외롭게 살았다. 지구인과 타액이나 혈액이 섞이는 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는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무려 400년 동안 말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석 달 뒤 살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주와 별의 움직임, 행성간의 거리 등등 그 천문학적 문제가 해결되는 때가 바로 3개월 뒤로 다가왔다.

그런데 운명이란 참 얄궂다. 무려 400년을 외롭게 살게 만들더니, 고작 3개월 남겨두고 운명을 마주하게 했다. 그 운명이란 당연히, 천송이(전지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더군요."

 

드라마 초반 김수현의 입을 빌려 드라마는 단호히 말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이다. 도민준이 보고 싶어하는, 400년 전 소녀와 똑 닮은 그 소녀는, 바로 중학생 천송이였다. 그리고 천송이를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에서 구해준 사람은 바로 도민준이었다. 도민준에게도, 천송이에게도 서로가 잊지 못할 사람인 것이다. 다만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전지현이 맡은 천송이라는 캐릭터는 상당량의 싼티와 다량의 성깔, 그리고 과할 정도의 푼수끼를 장착했다. 반대로 도민준 역의 김수현은 무뚝뚝하고 냉정한 성격으로 그려진다. 타인과 어울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무관심한 모습이다. 천송이 역의 전지현과 도민준 역의 김수현은 그렇게 정반대의 이미지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 극중 캐릭터에 따라, 당연히 드라마의 첫인상에서는 전지현이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전지현은 첫회부터 불사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콧대 높은 연예인 노릇을 하면서 소리 빽빽 지르고, 옆집 김수현에게 푼수 떨다 망신 당하고, 못하는 노래 고래고래 부르다, 결국 자격지심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모카라떼를 즐기며 모카씨(?)와 문익점의 상관관계를 깊이 생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갈릭 피자를 먹으며 갈릭과 마늘의 상관관계를 깨닫지 못해 무식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늘 전지현은 망가지고, 소리지르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울기까지 다 했다. 당연히 그런 전지현은 TV화면 속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첫화는 가히 전지현을 위한,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새롭지는 않다. 영화<도둑들> 속, '예니콜'의 연장선인 듯 하다. 전지현과 김수현. 영화 도둑들의 두 배우를 그대로 캐스팅한 건, 아무래도 영화 속 그 느낌을 원했기 때문인가 보다.

 

 

드라마가 설정한 시간은 단 3개월이다. 그러나 그 3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우주를 가로지른 그 강한 '운명'은 이미 그들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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