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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다 [따뜻한 말 한마디]

스위벨 2013. 12. 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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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

박서준,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다

 

 

남편의 바람을 겪고 있는 누나 미경(김지수)이 있다. 미경은 누구에게 속 시원히 한번 따지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앓는다. 상황이 그럴수록 미경은 자꾸만 변해간다. 그런 누나에게 동생 송민수(박서준)는 말한다.

 

"누나 착해. 혹시 누나가 비뚤어 져도, 내가 기억해 둘게. 누나가 얼마나 착했었는지."

 

그러지 말라거나, 힘내라거나, 혹은 자신을 잃지 말라거나 하는 그런 흔하고 와 닿지 않는 위로 대신,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말이었고, 그녀가 조금 더 나빠져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그녀를 이해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남편인 재학(지진희)이 그녀에게 한 것과는 참 대조적이었다.

 

 

그녀의 남편 재학은 평생을 헌신하고 산 부인에게 이리 말했다.

 

"당황스럽다. 당신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당신은 단 한번도 나한테 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그의 외도를 알고 자신에게 사람을 붙였다고, 그에게 물건 좀 부수며 따졌다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바람 피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자신 뒷조사를 부탁한 지금의 부인이 '김지수' 그녀의 본 모습이라는 얘기다. 평생 정숙하고 올곧게 산 부인의 모습은 거짓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평생 자신은 그녀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속고 살았단 항변이다. 그 말 속에는 이리 형편 없는 여잔 줄은 몰랐단 속말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자신의 바람이 원인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기에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자기가 그녀의 연기에 속았다는 말이다. 참으로 속 터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해도 부인이 그림처럼 꼿꼿하게 그 모습을 지켜야만, 그것이 그 사람의 본 모습이라니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도 원래 부인 속인 바람둥이가 본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미안함은 단 한 번도 표현하지 않고, 오로지 부인이 변해가는 것만 탓한다.

 

 

그렇기에, 동생 송민수(이서준)가 건넨 말은 김지수에게 더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은 다 그녀를 매도하고 폄하해도, 동생은 알고 있다. 송미경(김지수)의 본 모습이 그렇게 형편없지 않다는 걸. 그래서 그 말은 그녀에게 진정, 위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느낀 건, 사돈어른과의 대화에서였다. 지난 밤, 누나를 잡도리하는 사돈 어른께 한 마디 했다고, 누나의 시어머니는 당장 그 다음날 아침 그를 호출한다.

누나의 시어머니 앞에 선 그는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고 말한다. 제가 잘못했노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성질 사나운 시어머니는 기어이 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박서준은 사돈 어른에게 큰 절을 올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사춘기를 잘 보내게 해주고, 지금까지 잘 거두어 주어 감사하다고 말이다. 평생 그 집에서 편하게 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쫓아내려는 사돈 어른께 그는 큰 절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곧 방을 얻어 나가겠다 말하고 나왔다. 방을 들어가서 나가는 순간까지도, 얼굴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그가 그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은 비록 쫓겨나듯 나가더라도, 그 집에 누나는 여전히 남아 그들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그 모든 건, 자기를 거둬준 누나를 위해서였다.

 

그가 취한 방법 중에는 옳지 않은 것도 있었다. 매형의 상대 외도녀를 협박하고, 대포차를 이용해 교통사고를 낸 것은 옳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위험하게 몰고 가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녀가 겁을 먹고 매형 곁에서 떠나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좋은 학교를 나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안다. 자신의 행동을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매형은 자신의 외도보다 누나의 분노를 더 잘못이라 말하고, 사돈어른은 자기 아들이 한 짓보다는 며느리 잡기가 먼저다.

그 와중에, 그는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졌다. 내 잘못보다 그들의 잘못이 먼저였다고 한번쯤 따질 수도 있었는데, 그는 묵묵하게 고개를 숙이고, 큰절을 올렸다.

 

 

드라마 속의 네 남녀는 그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외도를 한 그들도, 배우자의 외도를 마주한 그들도.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기에, 그들은 아마도 더 많이 힘들어야 할 것이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힘겨운 미경을 잡아줄 단 한 사람이다. 끝까지 그녀의 편일 단 한 사람. 그래서 그의 그 강인함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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