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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이를 위한 마지막 선물, 끝 [응답하라1994, 20화 - 끝의 시작]

스위벨 2013. 12. 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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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1994] 20화 - 끝의 시작

: 나정이를 위한 마지막 선물, 끝

 

 

계속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좋아하던 나정이가 자기를 위해 저녁을 차려줄 때도, 같이 마주앉아 저녁을 먹을 때도, 함께 산책을 하던 그 때도. 항상 꿈꾸었던 일들이 이루어진 그 순간, 칠봉이는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사랑과 기침, 그리고 가난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나정이의 얼굴이 이미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칠봉이 자신은, 나정이를 웃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정이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안절부절 불안해하고, 나정이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는 늘 신경이 쓰였다. 겨우 나정이를 곁에 붙잡아 둘 구실이 생겼는데, 그녀를 붙잡고 있음이 행복하지 않았다. 나정이가 행복하지 않았기에...

 

나정이와 쓰레기가 이어지던 그때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였다. 그녀를 위해 기다림을 쌓아가고, 그녀를 위해 늘 곁을 비워두었다. 하지만 내 사랑이, 내 곁에서 결코 행복하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그녀가 울고 웃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결국 어찌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비워 두기 시작한 그날부터 그 빈자리가 허전해 가슴 한 켠이 시려오기 시작했다. 외로워서 그리웠고, 그리워서 더 외로웠다.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게임이라면 스스로 끝을 결정해야만 한다. 1만 시간의 가슴앓이에도 안 되는 게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이제 가슴을 내려놓아야 한다. 끝을 시작해야 한다.

 

칠봉이는 끝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녀를 위한 끝이었고,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을 위한 끝이기도 할 것이다. 칠봉이는 다 낫지도 않은 어깨를 다 나았다 말하고, 퇴원을 했다. 마지막으로 나정이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칠봉이는 그녀를 함께 밥 먹고, 함께 술 마시던 친구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칠봉이가 끝을 말하던 그 순간, 쓰레기는 다른 시작을 말하려 하고 있다.

 

 

나정이와 쓰레기가 헤어진 중요한 이유 중에는 '괜찮다'가 있었다. 힘들어 쓰러지고 싶은 순간에도, 심지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날도 쓰레기는 '괘않타'고 말했다. 나정이도 마찬가지였다. 실망을 해도, 힘들어도 '괘않타'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쓰레기는 멀리 혼자 있는 나정이가 힘들까 봐서, 나정이는 자기 욕심에 결혼도 미루고 떠나왔는데 힘들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괘않타'고만 말했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들이 마음 안으로 켜켜이 쌓여서 굳어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우린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고 조심스러웠다.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만 남은 채 정작 자신들의 상처는 기댈 곳 없이 곪아가고만 있었고 결국 우린 평범한 연인들보다도 못해가고 있었다.

 

 

방송 말미에 쓰레기는 나정이를 향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아프다'고, 자신에게 와달라고... 엄마를 보내면서도, 나정이와 헤어지면서도 하지 못한 그 말을, 지금껏 하지 못한 그 말을, 이제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나정이를 향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말하도록 하는 물꼬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칠봉이의 힘겨운 끝도, 쓰레기의 새로운 노력도, 그리고 나정이의 마지막 선택도,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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