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경우 -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3. 12. 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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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경우 – 미나토 가나에

 

<파란 하늘 리본>이란 그림책이 화제가 되면서, 그림책의 작가 '요코'도 덩달아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요코는 그 유명세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왜냐하면 그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사실 친구 '하루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루미'가 해준 실제 이야기를 자기가 재창작해서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그림책을 대회에 출품한 건, 요코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요코가 아들에게 직접 그려준 것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남편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남편의 사무실 사람이 마음대로 제출한 것이다.

 

 

요코는 하루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하루미는 아주 흔쾌히 괜찮다고 말해준다. 신문기자로 일하는 하루미와 양가집의 며느리인 요코는 절친한 친구다.

 

전혀 다른 성향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둘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요코와 하루미 둘 다, 친부모를 모른 채 자라났다는 것. 둘 다 각각 다른 보육시설에 맡겨졌으나, 요코는 금새 입양되어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하루미는 쭉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유명 그림책 작가가 된 요코는 인터뷰며 여러 활동으로 바쁘고, 그러던 중에 요코의 아들 유타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타를 유괴한 사람은 요코 남편의 국회의원 사무실로 팩스를 보내 '과거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요코는 범인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남편의 사무실 관계자들은 혹시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까 하는 우려에, 요코의 손과 발을 묶어두고 싶어한다. 그들에겐 유타의 안위보다, 선거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요코는 신문기자인 하루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요코는 누구보다 하루미를 의지하고, 하루미도 그렇다. 하루미에게 있는 단 하나의 가족이란 바로 '요코'이기 때문이다. 하루미와 함께 요코도 유타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 둘씩, 범인이 원하는 바를 찾아가게 된다.

 

 

요코와 하루미. 그들의 우정은 '처지'라는 공통점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하루미는 요코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으나, 요코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친부모를 모른다'는 그 공유된 감정은, 서로를 이해하게 해 주었고, 둘도 없는 친구로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같은 경우'라는 공통점에서 우정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만약 경우가 바뀌게 된다면, 그들의 단단한 우정도 바뀔 수 있는 것일까?

 

 

◇◆◇

 

 

책을 쓰면서부터 작가는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으로써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두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도 겉핥기 식이란 느낌이 들고, 상황에 대한 묘사며, 결국 진실에 다가서는 방식도 그렇다. 사건의 진상도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이제 식상해지려 한다. 이제껏 미나토 가나에의 책 중에서 독백체가 등장하지 않는 책이 있었던가? 호평을 받았던 <고백>부터, <속죄>, <왕복서간>, <모성>, <야행관람차>...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독백체가 등장한다.

 

이 서술 방식은 작가가 가장 잘하는, 그리고 꽤나 효과가 좋은 그녀의 특기다. 하지만 너무 오래, 많은 작품에서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독백체가 가진 장점을 그리 잘 살려내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소설 자체가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파란 리본 하늘>이란 그림 동화였다. 바로 소설 속에서 '요코'가 친구 '하루미'의 이야기를 토대로 썼다고 설정되어 있는, 그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별책부록처럼 책에 낱권으로 딸려 있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사용하려고 동화를 따로 만들어 냈는지, 혹은 그림책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소설을 기획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그림책은 한 권의 그림책으로 손색없다. 이야기도 예쁘고, 그림도 포근한 느낌이다. 책에서 아쉬웠던 마음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또 하나의 선물인 그림책에서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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