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3. 12. 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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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 히가시노 게이고가 던지는 추리 도전장!

 

 

동생이 죽었다. 단 하나뿐인 혈육. 그녀는 죽기 전날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심상치 않은 말을 남기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동생의 집에서 사체를 발견한 오빠는 단번에 자살이 아님을 눈치챈다. 자살로 위장되어 있지만 결코 자살이 아니다. 그 또한 경찰이었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동생 집에 남아 있는 증거들을 자기가 몰래 챙기고, 타살의 흔적을 지운다. 그리고 나서야 경찰에 신고를 한다.

 

 

 왜? 타살 당한 동생이라면, 당연히 그 범인을 잡아 억울함을 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증거들을 숨겨 자살로 사건을 종결 짓고 싶어한다. 그래야만, 자기가 먼저 범인을 잡아 복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에 의한 심판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둘 중 하나다. 동생의 행적과 증거를 조사하던 그는, 용의자를 두 명으로 좁힌다. 한 명은 동생의 가장 친한 친구다.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는 그 시점까지 줄곧 가장 친하게 지낸 단 한 명의 친구.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동생의 연인으로 추측되는 남자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확실한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그러나 50%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남자 쪽인가 하면, 여자 쪽인 듯한 증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겐 시간이 없다. 사건을 맡은 경찰 중 '가가 형사'란 사람이 타살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를 조여오기 때문이다. 경찰보다 빨리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해낸 매력적인 캐릭터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가가 교이치로

냉철한 머리, 뜨거운 심장. 빈틈없이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쫓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 형사 가가 교이치로. 때론 범죄자조차도 매료당하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제일인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에서 태어나, 그의 작품 속에서 20년 넘게 성장해왔다. <책 中>

 

 

하지만 기존의 작품과는 상당히 다르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봐"하고 문제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직접 추리에 뛰어듦을 종용하고 있다. 답은 제목처럼 둘 중 하나, 2지 선다 문제다. 찍어도 50%의 확률이지만, 결코 그 수수께끼는 쉽지 않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혼란에 찬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그 증거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독자가 어떤 힌트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여러 번의 언급을 통해 밝혀준다. 바로 '손의 사용'이다. 왼손잡이인지 오른손 잡이인지… 그것이 중요한 증거라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범인이 누구라 말해주지 않는다.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가 뚝 떨어지는가? 추리소설의 끝에서까지 범인을 알지 못하는 책을 뭐 하러 읽느냐, 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출판사는 책의 말미에 <추리 안내서>를 동봉했다. 머리를 굴려보아도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좀더 명확한 안내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굳게 봉인되어 있다. 칼로 책장의 가장자리 면을 잘라야만, 비로소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추리 안내서의 시작에는 이러한 대화가 있다.

 

조교 : K라는 출판사에서 교정지를 보내왔거든요. …… 근데 끝까지 다 읽어도 범인 이름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담당 편집자가 매사에 덤벙거리는 친구라서 몇 장을 빠뜨리고 보냈나 봐요.

교수 : 아, 히가시노 게이고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로군? 이봐, 이 작품은 일부러 범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추리의 결정적인 단서를 독자에게 생각하게 하는 파격적인 구성의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야. 주의 깊게 읽어보고 작품 안에 숨어 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추리해나가면 저절로 범인의 이름을 알게 된다는 취지로 쓴 거란 말이지.

 

이러한 방식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추리 안내서>에서 조차, 범인의 이름은 'OOO'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리 안내서를 읽는다면, 충분히 범인을 알 수 있게 이끌고 있으니, 그 부분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추리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즐거운 추리 대결에 참여해 보시라. 추리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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