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여름, 19세의 초상 - 시마다 소지

스위벨 2013. 12.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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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창문으로 목격한 섬뜩한 장면!

그녀는 과연 살인자인가?

하지만 이미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19세, 가슴 뛰는 계절, 여름. 이 두 가지 조건에서 풍겨 나오는 풋풋하고 뜨거우며, 한편으로는 위태로운 그 느낌으로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병원에 입원한 건, 비틀즈가 해산했을 무렵이라고 주인공은 밝힌다. 한창 젊음이 들끓던 그 시기에 오토바이 사고로 주인공인 '나'는 병원에 입원하고, 꼼짝없이 침대 위를 지키는 처지가 된다.

 

그 지루함으로 병원 창문 너머를 하루 종일 들여다 보다가 관심이 가는 집 하나를 발견한다. 커다란 빌딩들 사이에 끼인 듯이 자리잡은 목조 2층 집. 그 집을 보다가 나는 실제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한 여자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친구의 망원경까지 빌려 점점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 날, 여전히 그 집을 들여다 보던 나는 놀라운 실루엣을 목격한다. 그녀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인물이 그녀를 때리고, 이어 그녀가 칼을 들고 아버지를 찌르는 듯한 모양새의 그림자. 그리고 한밤중에, 내가 입원한 병실 아래 위치한 공사 현장에 검은 옷을 입은 그녀가 나타난다. 그녀는 사람의 몸 하나가 들어갈 만한 커다란 가방 하나를 땅 속에 묻는다. 그리고 그 후, 그 집에서는 장례식이 치러진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그녀가 아버지를 죽인 게 틀림 없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돌던 나. 하지만 나는 이미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깨닫는다. 날마다 창문 너머로 보던 그녀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은 청춘이라는 그 찬란한 이름에 맞는 선택을 한다. 살인자라 할지라도 그녀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

   

이 책을 출판사에서는 '명작 청춘 미스터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청춘,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기, 그와 동시에 현실의 잔인함도 함께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 미숙한 청소년이 가진 치기와 성인으로서의 이성이 함께 존재하는 시기다. 따라서 주인공의 선택이 참 어리석어 보이면서도, 그럴 수 있는 그 젊음이 부럽고 눈부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의 에필로그에서 주인공 또한 이렇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여름에 생긴 것이 많지 않을까. 매년 매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 그 후로 15년이 흘렀다...... 그때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자조감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현재의 나로선 죽어도 못할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 자체에서 여름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19세의 초상

저자
시마다 소지 지음
출판사
해문출판사 | 2011-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 최고의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의 청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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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을 미스터리를 표방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의 시작은 충분히 미스터리였다. 책표지에 쓰여 있는 몇 개의 문구만으로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왠지 이럴 것 같아' 했던 추측은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고, 그와 함께 소설은 청춘 드라마에서 벗어나 3류 막장 드라마를 향해 흐른다.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을 안겨 줄 지도 모른다. 물론 미스터리한 요소가 포진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인공이 그 미스터리를 풀려고 한다거나, 단서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모든 비밀과 단서는 여주인공 '리츠코'가 독식하고 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비밀쯤은 상관없이 사랑하는 그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소설은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 그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젊음'에 더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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