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고구레 사진관 –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3. 12. 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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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고구레 사진관 – 미야베 미유키

   

"당신의 마음을 찍어 드릴까요?"

   

에이이치 가족은 낡은 고구레 사진관을 집으로 삼아 생활을 하게 된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부모님이 낡고 오래된 사진관을 사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에이이치의 가족은 총 5명이다. 엄마, 아빠, 16살 에이이치와 10살 히카루, 그리고 오래 전에 죽은 에이이치의 여동생이자 히카루의 누나인 후코.

 

 

에이이치는 어느 날, 한 여고생 때문에 심령사진 한 장을 떠안게 된다. 그 사진은 고구레 사진관의 전주인인 '고구레 할아버지'가 찍은 것이었다. 그러나 여고생은 그의 가족이 고구레 사진관에 새로 이사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에이이치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막무가내다.

   

그렇게 에이이치의 심령사진의 미스터리 풀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우연히 심령사진을 맡게 되었지만, 사건을 해결하고 나자 소문을 듣고 다른 이들도 미스터리 사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기 시작한다. 

 

 

심령사진의 비밀

   

에이이치가 심령사진에 대한 의문점들을 조사해 가면서, 그 사진 속에 숨겨진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얼핏 귀신처럼 보였던 사진은 사실 찍는 사람의 죄책감, 혹은 슬픔 등이 투영되어 으시시한 사진이 된 경우도 있고, 어린 아이가 자신의 의도를 알리고자 일부러 심어 놓은 이미지도 있다.

에이이치가 사진 속에 담긴 비밀을 풀어 갈 때마다,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밖으로 드러난다.  결국 사진의 비밀은, 그 사진을 찍은, 혹은 사진 속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고구레 할아버지 유령

   

고구레 사진관에 이사온 에이이치는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 집에서 평생 사진관을 하다 돌아가신 고구레 할아버지가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뜻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에이이치의 부모님들에게는 유령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에이이치의 동생 후코가 예전에 죽었음에도, 부모님은 마치 후코의 유령이 함께 머물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린 남동생이 걱정이다.

하지만 고구레 할아버지 유령이 나온다는 걸 알고 무서워할 줄 알았던 남동생 히카루는 오히려 고구레 할아버지 유령을 직접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에이이치 가족의 이야기

   

여러 심령사진과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거쳐, 결국 이야기는 에이이치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에이이치 가족 안에 있는 아픔이라면, 단연 여동생 후코다.

후코가 4살 먹던 해, 심한 감기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때, 막내인 히카루가 아파서 어머니가 정신이 없었고, 아버지는 부재중이었다. 그리고 큰오빠 에이이치는 아픈 히카루 때문에 며칠이나 밤을 새느라 신경이 곤두선 어머니를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괜찮겠지 하고 후코의 증상을 넘긴다.  하지만 그렇게 후코는 죽었고, 에이이치의 가족은 저마다의 죄책감을 가슴 속에 묻고 살게 되었다.

   

   

 

유령을 만나고 싶은 이유

   

막내 히카루가 고구레 할아버지의 유령을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것은, 죽은 누나에게 사과하고 싶어서였다. 자신이 아파서 어머니가 며칠씩 자신 곁에 붙어있지 않았다면, 누나는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그래서 자신 때문에 누나가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코는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에 자신 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고구레 할아버지 유령을 만나면 후코에게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히카루의 이 일을 시작으로 에이이치와 그의 가족은 과거의 일을 마주보려 하고, 이는 결국 자기 안에 얼려 두었던 죄책감을 털어내는 계기가 된다.

   

 ◇◆◇

 

 

결국은 에이이치 가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것이었다. 심령사진 이야기며 고구레 할아버지 이야기는, 아픔을 지닌 에이이치 가족을 위한 초석이었다.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얼핏 심령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이, 실은 사람의 이런저런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는 사실부터 말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이미지로 투영된 사진이라는 실체와, 비현실적 존재인 유령을 통해서 말이다. 마음이란 것이 단지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 존재로 실재한다는 사실과, 그 속에 담긴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고 싶었던 건 아닐런지.  

   

역시 "사람을 탐구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심령사진과 유령이라는 소재가 단순 미스터리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인 <화차>나 <모방범>에서처럼 말이다.  

 

이 책의 다른 리뷰들을 살펴보면,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책으로는 실망스러웠다는 평이 종종 있었다. 나도 2권의 중반부를 읽을 때까지는 심히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이자 히트작인 <화차>나 <모방범>에서 보여준 흥미진진함과 스릴, 그리고 사건의 해결에 이르는 그런 클라이막스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내 눈에도 심령사진이란 소재는 얼핏 시시하고 유치해 보였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의 목적은 결국 에이이치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한 가족이 지닌 아픔과 저마다의 바람, 마음의 투영,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와 사랑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도 않고, 안달복달하지도 않으며, 자극적인 장면 없이 소소한 삶 속에서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간 결말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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