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플래티나 데이터 –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3. 12.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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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플래티나 데이터 – 히가시노 게이고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 사건 수사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머리카락 하나, 혹은 입던 옷가지 하나만으로도 범죄자의 DNA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DNA 대조군이 있어야만 범죄자의 검거가 가능하다. 의심 가는 용의자의 DNA를 함께 확보해야만, 두 DNA를 대조해서 범인을 특정 지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간다. 획득한 DNA만으로 범죄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나이, 생김새, 성격 등을 DNA만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을 토대로, 범죄 검거율은 100%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을까?

 

 

사람과 과학 

   

책의 등장인물은 크게 2군으로 나뉘어 진다. DNA데이터를 이용한 과학 수사의 선봉이자, DNA수사기법의 실질적 책임자인 '가구라'. 여전히 발로 뛰는 고전적 수사가 제일이라 믿는 '아사마' 형사.

   

이런 중에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뛰어나다는 DNA 기술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 결과는 <Not Found>. '가구라'는 이것에 대해 축적된 DNA정보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DNA 정보 등록에 더 많이 참여해 데이터가 쌓이면 저절로 해소될 문제로 여긴다.

 

하지만 그 즈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획기적인 DNA시스템의 개발자인 다테시마 사키와 그의 오빠가 살해된 것이다. 다테시마 사키는 수학 천재로, 아무도 실제 이루어지리라 생각지 못한 놀라운 시스템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DNA의 정보를 토대로 나온 범인의 모습은, 바로 가구라 형사다.

   

   

   

도망자, 그리고 추적자

   

이때부터 가구라 형사는 도망자가 된다. 그리고 추적자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자신이 죽이지 않은 다테시마 남매의 살해현장에서 왜 자신의 DNA가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다테시마 사키의 오빠가 죽기 전 자신에게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연쇄살인범의 DNA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다테시마 사키의 오빠는 가구라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었다. 드디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남매는 죽고 말았다. 가구라는 이제 그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가구라는 자신을 잡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쳐야 함과 동시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왜 자신이 함정에 빠졌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우리들의 빅브라더

   

정보를 쥐는 사람이 곧 돈과 권력을 쥐는 시대다.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사람들은 권력을 유지하고, 정보를 이용함으로써 돈을 창출해낸다.

그렇다면 그 정보란 것은, 과학이란 것은 모든 이에게 똑같은 기회를 가져다 주는 것일까? 예를 들어, '이 책에 등장하는 DNA 수사 기술은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명확히 "아니다"라고 답한다.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고, 어떠한 변화가 밀려와도 힘을 가진 기득권층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질서를 한발 앞서 만들기 마련이다.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그들이 그런 질서를 따로 확립했다는 것에 대한 인지도 못한 채, 그저 그들이 만든 새로운 질서 안에 편입될 뿐이다. 흔히 말하는 '빅브라더'라는 존재는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디지털 데이터는 신일까, 악마일까?

   

 

책에 나오는 여러 설정 중에는 억지스럽다고 느낀 내용도 있었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랄까. 특히 그것은 공상의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다른 설정에서 그랬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과 기득권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음으로써,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를 보는 시각을 던져주었다는 점에서는 읽어봄직한 책이다. 특히 읽어나가는 동안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가진 그 흡입력이 술술 잘 읽히게 만드니 말이다. 나의 경우, 그의 책을 잃고 실망을 하거나 내용의 일부를 아쉬워하는 건 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이다. 그러니 결국 끝까지 읽어볼 밖에 없다.

   

 

덧.

일본에서는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주연은 니노미야 카즈나리다. 일본에서 사랑받는 가수 그룹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인 <유성의 인연>을 토대로 제작한 드라마의 주연을 맡기도 했었다. '유성의 인연' 때는 참 느낌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책을 읽을 때 상상했던 '가구라'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다. 과연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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