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야행관람차 -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3. 12. 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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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야행관람차 – 미나토 가나에

 

 

일본의 고급 주택가, 히바리가오카. 걸어 다니기 힘든 언덕에 위치해 있지만, 부자들만 사는 동네로 유명하다. 여기에 세 가족이 살고 있다.

   

다카하시 가족 

의사인 아버지와 교양 있는 어머니, 유명 대학교, 사립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아들과 딸, 막내아들. 그들은 그야말로 히바리가오카에 딱 어울리는 가족이다. 그림으로 그려낸 것 같은 완벽한 가족.

   

아야카 가족

히바리가오카, 란 이름에 취해서 무리해서 그 동네에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 그러나 그들의 집은 히바리가오카에서 가장 작고 볼품없다. 사립학교 입시에서 떨어지고, 아야카는 그때부터 부모님께 극심한 폭력과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능한 부모는 그런 아이를 방치할뿐이다.  

 

고지마 사토코 씨 

아들과 며느리는 외국에 나가 있고, 집에는 남편과 둘이 산다. 하지만 남편은 책에서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고지마 사토코 씨, 라고 단일지칭하고 있다.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척 하지만, 지극한 속물이다.

   

 

 사건의 발생

   

히바리가오카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건 당연히 아야카 가족의 집일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깊은 밤 발생한 사건은 다카하시 가족의 집에서 일어났다. 늦은 밤,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경찰이 왔을 때, 막내 아들 다카하시는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 얌전한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이유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속에서, 점차 막내 아들 다카하시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을 감싸주기 위해서 엄마가 대신 죽였다고 하는 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말려줄 사람이 있었느냐' 하는 것

   

번듯한 동네에 사는 가족들이라도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산다. 그리고 어느 순간, 최대치에 달한 그 문제는 폭발하고 만다. 그 결과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마는 것이다.

 다카하시 가족의 사건이 발생한 후에, 또다시 아야카의 히스테리가 폭발하게 된다. 소리를 지르고, 화분을 깨고. 순간, 아야카의 엄마는 이성이 나간 상태에서 딸의 멱살을 잡고, 딸의 입에 깨진 화분의 흙을 쑤셔 넣는다. 그때 남의 집 염탐하기 좋아하는 사토코 아줌마가 와서 말린다.

도무지 아야카를 죽이려 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엄마에게 사토코 씨는 말한다. 남편을 죽인 다카하시 집과 다를 건 없다. 그때는 말려 줄 사람이 없었고, 지금은 내가 말려 주었다는 것뿐.

그렇다. 사토코씨는 평소에는 남의 가족 일에 참견하는 오지랖 넓은 속물 아줌마였지만, 이런 사건 앞에서는 그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흔히 현대 사회의 문제점은 방관, 무관심이라고들 한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제어할 사람이 없어지는 순간, 사건은 더욱 끔찍한 방향으로 질주한다.

   

   

 

'언덕길 병'과 야행관람차

   

히바리가오카 언덕을 내려가면 평지와 바닷가가 나온다. 그런데 그곳에 무지하게 큰 관람차가 새로 지어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언덕길병'에 걸린 아야카는 그런 관람차라면 한번 타고 싶다고 생각한다.

   

'언덕길병'이란 아야카가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언덕 동네에서 공립 학교가 있는 곳으로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마치 자기 인생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구역질이 치미는 것이다. 더군다나, 앞집의 잘난 다카하시는 동네에서 위로 올라가야 있는 사립 중학교에 다닌다.

 

"언덕길이 불편한 건, 그 곳을 내려가야 하는 사람들뿐이다."

    

커다란 관람차는 둥글게 위로 올라가 언덕 동네를 내려다보고, 또 다시 내려가 아랫동네를 보여준다. 그렇게 위가 아래가 되기도 하고, 다시 아래가 위가 되기도 한다. 관람차를 구성하는 각각의 객차는 동그란 틀 안에서 돌아가기에, 위도 아래도 의미가 없다. 어둠만이 가득한, 그래서 위험하기도 한 밤의 시간. 그 시간을 서로 함께 이어져 동글동글 돌아가는 야행관람차.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들에서 그랬듯, 이 책에서도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으로 다각화하여 사건을 보여준다. 사토코 씨의 부분이 독백의 형식으로 등장하는 것도 전작들과 비슷하다. 그리고 여러 시각 속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가정의 문제점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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