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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함정에 빠진 드라마, 성공 체험의 복수?

스위벨 2014. 10. 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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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 함정에 빠진 내일도 칸타빌레, 성공 체험의 복수?

 


/ 주원, 심은경, 고경표, 도희 출연

 

 


성공 체험의 복수라는 말이 있다. 한번 성공을 체험한 자가, 그 성공했던 체험에만 기대어 똑같이 행동하다가 결국 실패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과거의 성공 체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이른다. 아주 사소한 단 한가지 여건만 바뀌어도 과거의 성공은 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제작 전 참 많은 우려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기대를 받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혹평과 실망의 소리가 적지 않다. 그리고 어제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이 용어가 강하게 떠올랐다. 성공 체험의 복수!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는 만화로도, 그리고 일본 드라마로도 성공했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에서 리메이크 하면서도 기대가 컸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가진 스토리를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거기에 주원(차유진 역)심은경(설내일 역)이라는 두 배우를 포섭했다. 심은경이 맡은 설내일 역에는 다른 여배우가 확정되었다가 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대중이 원한 배우는 심은경이었고, 결국 그녀가 출연하게 되었다. 거기에 요즘 많은 인기를 얻은 도희(최민희 역)와 안정적인 연기력의 고경표(유일락 역)가 조연으로 합류했고, 백윤식, 이병준, 안길강 등의 중년 배우들도 포진되어 있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은 드라마에 더욱 기대를 갖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제작진은 안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원작에만 머물러 '내일도 칸타빌레'만의 참신한 요소를 더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대로 기존에 한국 드라마에서 잘 먹혔던(?) 요소들만을 가져와 더하면서 오히려 더 문제를 부각시켜 버렸다. 


우선 한국 시청자들이 만화적 캐릭터들을 안 좋아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설내일을 제외한 모든 인물을 정극 분위기로 바꾸면서, 오히려 설내일을 주변 분위기와 조금도 섞이지 못하는, 조금 모자란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어제 방송에서는 제작진이 준비한 다른 카드가 꺼내졌다. 바로 삼각관계. 삼각관계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대놓고 노골적으로 먹히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드라마고 삼각관계가 나오지 않는 곳이 없으니까.

그래서 제작진도 자신만만하게 꺼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삼각관계를 정중앙에 배치시킨 것이 단지 원작과 달라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원작이 왜 그 사랑 문제를 중앙에 두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빠져들었던 '노다메 칸타빌레'의 중앙에는 '음악''성장'이 있다. 남녀주인공은 물론이요, 그 주변인들까지 모두가 품고 있는 '음악'이라는 꿈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주인공들,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독자,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 만약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가 그토록 사랑 받을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그 성장과정과 음악 이야기가, 우리나라로 오면서 이상해졌다. 그들은 고뇌하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타고난 천재다. 전과도 하기 전에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지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차유진(주원)은 물론이요, 피아니스트 설내일(심은경),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인 유일락(고경표)까지 말이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고, 그저 '아!'하고 각성하는 순간 갑자기 음악의 신이 깃든 듯한 실력을 선보인다. 그래서 나는 좀처럼 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력하는 수재들인 A오케스트라를 응원하고 싶다.

 

 

이처럼 삼각관계를 전면에 배치하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 이야기를 할 시간은 줄어들었고, 당연히 음악 드라마, 성장 드라마로서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라며 기존에 히트했던 요소들을 마구잡이로 짜집기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었고, 케이블 채널에서는 실험적이고 참신한 한국 드라마들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 성공체험의 함정에 빠져있지 말고, '내일도 칸타빌레' 만의 매력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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