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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는 편견

스위벨 2014. 8.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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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는 편견



/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공효진, 조인성, 성동일, 양익준, 이광수 출연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남는 말들이 있다. 우리 마음을 다독여주는 말도 있고, 가려웠던 속을 긁어주는 듯한 말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촌철살인처럼, 마음에 와서 뻐근하게 박힌 말이 있다.

  

 

지해수(공효진)장재열(조인성)과 하룻밤을 보냈다.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트라우마로 생긴 강박증을 극복하고서였다.  선배 의사인 이영진(진경)은 그 이야기를 듣고 지해수에게 엄마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냐 물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상처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와 키스를 할 때마다 그 얼굴이 떠올라 괴로워 했기 때문이다. 

 

"떠올랐어. 그런데 더럽고 밉고 싫게만 보이던 엄마 얼굴이 그날은 이뻐 보이더라. 전신마비에 서너 살 지능을 가진 남편에, 가난한 집안에서 의대를 가겠다는 이기적인 딸. 그런 엄마한테 김사장님만은 위로가 됐겠다 싶은 게, 우리 엄마 참 외로웠겠다 싶었어."

  

 

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지해수는 그 동안 엄마(김미경)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그러한 마음이, 엄마도 한 사람임을, 한 여자임을 잊은, 그저 자신의 바람직한 엄마로만 남아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이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런 지해수에게 이영진은 말했다.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는 편견을 깼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 중에 하나는 엄마다워야 한다, 학생다워야 한다, 남자다워야 한다, 등등의 말이라고.

  

 

이 말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 한 쪽이 쿡쿡 쑤셨다. 나 또한 엄마가 엄마이기만을 바랐던 이기적이고 나쁜 딸이었으니까.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게 살아, 다른 여자들도 다 그래, 엄마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 등등의 생각으로, 나는 그 동안 얼마나 엄마의 삶에, 엄마로서의 희생을 강요하며, 폭력을 행사해 왔을까?

  

 

정작 나는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나 자신으로 살겠다고' 잘난척하며 부르짖었다.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엄마가 나에게 만들어 준 것임을 까맣게 잊고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엄마에게는 단지 엄마로, 전형적인 아내로, 시대가 바라는 여자로 사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그 동안 내가 엄마에게 가졌던 얼마간의 서운함과 불만은, 왜 날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당신의 삶을 더 많이 희생해 주지 않는 거냐고 투정 부렸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이 든 엄마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엄마는 어느덧 엄마 이외의 삶을 다 잊은 채로 채로 주름이 졌다. 그렇게 엄마로써 살아온 시간은 얼굴에 흔적을 남겼고, 그 골마다 내가 맺혀있다.

그런데 이제 성장한 자식들은, 더는 필요 없다고, 나에게 신경을 끄고 엄마 인생을 살라 한다. 이미 엄마로써 사는 법 말고는 다 잊어버렸는데 말이다. 아… 마음이 퍼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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