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제주여행] 5. 용머리 해안 & 하멜 상선 전시관

스위벨 2014. 7. 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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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5. 용머리 해안 – 멀리서 보이는 것 (올레길 10코스 )

 


 

용머리 해안을 보기 위해서는 날씨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비 오는 날은 위험해서 당연히 바다 쪽으로 들어갈 수 없고, 맑은 날에도 파도가 치면 입장이 안 된다고 한다. 

헛걸음 하지 않으려면 미리 관리소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관람이 가능하단다. 가뿐한 마음으로 서둘러 길을 나섰다.

 

바다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뒤에는 산방산을 두고, 앞에는 바다를 두었다. 용머리 해안 한 켠에는, 하멜 상선 전시관도 위치해 있다. 하멜이 제주도 표류 당시 타고 왔던 배를 재현해서 전시관을 만들어 두었다.

  

 

입장권을 사서 바다로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길부터가 장관이다. 양 옆에 거대한 바위 층을 두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자연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길이 조금 거칠어 보여 약간 긴장을 하고 길을 내려가자니, 그 암벽이 내뿜는 기운에 숨이 조이는 것 같았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무언가 새로운 지구의 속살이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서니 바위에 막혔던 시야가 탁 터지면서 바다가 짠! 하고 얼굴을 나타냈다. 마주쳐오는 바닷바람에 호옥, 하고 깊은 숨을 몰아 쉬는 찰나, 고개를 돌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신비의 문을 통해 고대의 거대한 시간 속으로 흘러 들어온 것만 같았다. 평일의 비수기라 주변에 다른 관광객들 없이 혼자 서 있자니 그 느낌은 더욱 강했다.



 

용머리 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이다. 수중폭발로 형성된 응회환의 일부로, 바닷속 세 개의 분화구에서 분출된 화산 쇄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해안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친 퇴적과 침식 작용에 의해 지금과 같은 절경이 만들어 졌다고.

 

층층이 올려진 해안절벽을 바라보며, 내 입에서는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저 멋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시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그런데 분명 용의 머리를 닮아 용머리 해안이라 부른다고 했는데, 거대한 바위를 두고 서 있자니 바로 눈앞의 바위만이 시야에 보일 뿐 용머리라는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혹여 옛날에, 우연한 기회로 붙여진 억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안에서 빠져 나와 산방산 쪽으로 향해 있는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게 이어진 언덕을 올라가다 말고, 시원한 바다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걷던 길에서 멈추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제서야 웅장한 용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를 향해 머리를 들이밀려는 용의 모습. 정작 그 곳에 머물 때는 볼 수 없었던 것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왔을 때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는 막상 따로 떨어져 나와 무언가를 보기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그 속에 있을 때는 떨어져 나와야만 무언가가 보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꼭 움켜쥐고 있을 때는 알 수 없다가, 털털 털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올 때에야 보이는 것이라니……. 긴 시간을 묵묵히 서 있던 거대한 자연은, 그렇게 또 하나를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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