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제주여행] 2. 외돌개 ~ 법환포구 (올레길 7코스 일부)

스위벨 2014. 7. 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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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2. 외돌개에서 법환포구까지 : 올레 7코스 중 일부

 

 



날이 흐렸다. 공기 중에는 물방울이 섞여 서늘하고 습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런 날에 우뚝 선 외돌개는, 그 이름만큼이나 참 외롭다. 


외돌개는 장군석, 또는 할망바위라고도 부른다는데, 그 이름의 유래를 품고 있는 전설이 있다. 내가 마음에 든 건, 할망바위라는 이름에 얽힌 전설이다.

  

[올레 7코스 시작점, 외돌개]

 

이야기는 이렇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가 바닷가에서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 긴 기다림에도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할머니는 결국 바다에 홀로 선 할망바위로 변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후 할아버지의 시신이 할머니의 옆으로 다가와 외돌개 옆의 작은 바위섬이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이면 대부분이 남편을 바다로 내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 불안한 기다림이 일상이었던, 제주 여인네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내린 전설이 아닐 수 없다.

  

[대장금 촬영지]

 

외돌개 주변은 잘 정비해 공원으로 꾸며두었다. 외돌개를 시작으로 공원 안을 향해 조금 걷다 보면,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도 볼 수 있다. 안내판을 세워두어서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돌개에서부터 걷는 것이 올레 7코스의 시작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걷는 제주도의 올레길 7코스는 많은 올레길 중에서도 유난히 인기가 많은 코스다. 그래서 성수기 때에 가면 사람과 부딪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간 때는 겨울 비수기인데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관광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사람 구경하는 게 반가울 정도로 한산했다.

  

 

잘 다듬어진 나무 길을 따라 걸으니 바로 옆으로는 너른 바다가 펼쳐졌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에 길에는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굳이 올레길을 걸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잠시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그 바다로 내려가 걷는 게 올레길의 경로인 듯, 파란색과 감귤색의 리본도 묶여 있었다. 그 계단을 통해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가 보여주는 첫 모습에 내 입에서는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흔히 보는 모래사장이나, 자갈해변이 아니었다.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증명이라도 하듯, 독특한 풍광이 펼쳐졌다. 이는 마치 누군가 거대한 돌을 기둥으로 세워둔 듯한 모습인데, 이러한 지형을 주상절리라고 부른단다.

  

 

앞에는 바다를 두고, 뒤에는 병풍처럼 늘어선 거대한 화산폭발의 흔적을 두고 홀로 서 있자니, 이 세상이 모두 적막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비로 젖은 바위 위를 걷고 있으니,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몸의 근육이 움직이고, 내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잠시 이 바닷가를 걸어보기로 했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하지만 그로부터 30분 후, 나는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아, 제주도가 화산섬이구나!'를 수십 번은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의 바닷가는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우리나라의 여느 바닷가와는 다르다. 뚝 떨어진 절벽 아래 바다가 위치해 있다. 그러다 보니, 들고 나는 길이 없으면 높다란 절벽 위로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처음 바다로 접어들었을 때는, 당연히 앞으로 걷다 보면 곧 다시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관광지니까, 그리고 그 유명한 올레길이라니까! 당연히 빠져나가는 길을 여러 군데 만들어놓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30여분을 걸었을 때쯤, 나는 슬슬 달관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 걷자. 남들은 일부러 찾아와 걷는다는 올레길이 아니던가. 비록 처음 시작이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내 의지였다고 살짝 우기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 손에는 어정쩡하게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애써 균형을 잡으며 빗물을 맞아 맨질맨질 미끌미끌해진 바위 위를 하염없이 걸었다.

 

하지만 너른 바다와 거대한 돌 절벽을 끼고 걷는 길은, 비록 고되긴 했으나 단단히 마음을 훔쳤다. 한참을 걷다 보니 중간에 빠지는 샛길이 나왔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내친김에 그대로 법환포구까지 걸었다.

 

사실 날이 좋았다면 조금 더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들이치는 비를 막으며 우산을 들지 않아도 되고, 바다의 바위도 미끄러움도 훨씬 덜 할 테니 말이다. 올레길 한 코스를 전부 걸어낼 자신이 없는 분이라면, 외돌개에서부터 법환포구까지만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외돌개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높이는 20m로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외돌개'라 부른다.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긴 바위섬이다. 빼어난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제주 올레길 7코스 (전체 도보 4~5시간 소요)

경로 : 외돌개 – 법환포구 (5.6km) – 강정포구 – 월평포구 – 월평마을 아왜낭목 (14.2km)

 

대중 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6중문고속화버스 780번(소요시간 약 1시간10분)을 이용 → 중앙로터리(서)정류소 하차 → 시내버스(동서교통) 110번, 120번, 130번 버스 → 삼매봉입구 하차 → 바닷가 방면으로 약 10분 정도 도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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