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속초 여행] 7. 비 오는 바닷가, 해녀, 그리고 장례차

스위벨 2014. 6. 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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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떠난 속초 ] 

7. 비 오는 바다와 해녀, 그리고 장례차

 



여행 마지막 날은 또 비가 내렸다. 혼자 간 여행에서 비를 만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걸 보면, 나는 날씨 운이 그다지 좋지는 못한 모양이다.


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뚜벅이 여행이라, 비가 오니 조금 난감해졌다. 버스를 타고 멀리 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비 오는 야외를 돌아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서.

  


 

오후에는 시간 맞춰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터라, 비까지 내리는 낯선 길을 걷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버스 시간 전까지 그 근처 바닷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닷가를 우산을 받쳐들고 걷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바다는 더 힘차게 요동치는 듯이 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바닷가를 지나다가,한 해녀를 보았다. 비가 내리는데도 연신 자맥질을 멈추지 않으며 무언가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꿈틀대는 바닷속을 연신 드나드는 그 모습에서는 삶이 그대로 느껴졌다. 말 그대로, 매 순간 숨쉬며 살아있는 강한 생명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동안 하릴없이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버스 한 대가 그 옆을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바닷가를찾은 관광버스인가 했더니 장례차였다. 근처에 살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는지, 버스는 바닷가 바로 옆의 길을 돌아 나가고 있었다. 그 중에도 해녀의 자맥질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생과 사가 바로 곁을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의 치열한 삶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이 세상을 떠나고, 그렇게 양 극단의 순간들이 바로 한 지점에서 만난다. 아니, 늘 그렇게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내리는 비가 다소 서늘하게 느껴지기에, 바로 옆에 있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 창 밖으로는 바로 옆의 바다가 훤히 보였다. 따뜻한 커피 잔을 두 손으로 잡아 쥐었다. 온기가 손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내가 느끼는그 하나하나의 감각이 새삼스럽다. 


  

잠시 앉아있자니 바닷속에 있던 해녀도 작업을 끝내고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검은 잠수복의 해녀는, 비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천천히 걸어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창 밖의 바다를 잠시 더 바라보다가 나도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또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일상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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