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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하나도 못한, 마지막

스위벨 2014. 7. 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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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닥터 이방인

: 욕심이 과해 독을 부른, 마지막 회.

 


/ 이종석, 강소라, 진세연, 박해진, 천호진 출연



닥터 이방인이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참 다사다난 했다. 


대통령이 모든 사실을 알았으나, 그 또한 속물 정치인의 면모를 보이며 박훈(이종석)송재희(진세연)를 다시 장총리에게 넘겼다. 그리하여 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그 순간, 차진수가 나타나 장총리의 심장에 총알을 발사하며 중상을 입혔다.

  

 

박훈은 장석주(천호진)를 수술하려 했고, 한승희는 반대했다. 그가 살면 자신들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하지만 박훈은 단호했다. (단호박 100개쯤 자셨나.)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 조금의 망설임이나 고민도 없는 박훈의 모습에 도리어 조금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수술은 끝났고, 김태술(정인기)은 장총리가 살아났으니 다시 위험해질 것이라며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병원 뒤 다리를 건너는 순간, 차진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차진수가 총을 쏘는 순간, 한승희가 박훈 앞을 막아 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한승희는 난간 아래에 매달리고, 박훈은 그런 한승희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참 미안하게도,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한승희는 분명 다리 가장자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박훈 앞을 막아 섰을 뿐인데, 그 높은 난간 아래로 떨어지다니. 이건 가히 순간이동인가 싶었다. 부다페스트 장면을 재연하고, 그때와 다른 선택을 하는 박훈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욕심이 과했다 싶다. 이어 박훈과 송재희는 끝내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그 후, 박훈과 송재희가 죽은 채로 1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박훈을 그리워하며, 그가 남긴 영향을 듬뿍 받아 모두 변화했다. 오수연은 실력있는 의사로, 문과장은 병원장이 되어 박훈이 그랬듯이 좋은 병원을 만들겠다 다짐했고, 적당히 타협하던 정치인인 대통령마저도 청렴해졌다.(!!)

  

 

그리고 한재준(박해진)은 재회한 오수현(강소라)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리고 역시나, 어느 시골 보건소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박훈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재준은 해설자로 빙의해, 그 동안 박훈과 송재희가 겪었던 일을 아주 친절하고 일차원적으로 시청자에게 읊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송재희와 박훈의 포옹으로,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참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어야 했나, 싶은 마지막회다.

장총리의 음모가 밝혀진 뒤 대통령의 배신, 그리고 장총리의 심장 수술에 대한 의사로써의 입장, 차진수로 인한 목숨의 위협 앞에 선 박훈과 송재희의 애절한 사랑에, 박훈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변화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돌아온 한재준과 다시 만난 오수현까지. 그 많은 이야기를 드라마는 마지막 한 회에 욕심껏 몰아넣었다.

  

 

그러나 꾹꾹 눌러 담아 터질 듯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느라, 제대로 전달한 장면이 있나 싶다. 장총리의 심장 수술 신에서는 한치의 갈등도 없이 단호하기만 한 박훈의 모습에 도리어 위화감이, 슬프고 애절해야 할 박훈과 송재희의 다리 신에서는 터무니없는 한승희의 동선으로 실소가, 주변인들의 1년 후 모습에서는 과한 오글거림이, 박훈 해설자로 분한 한재준에게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그 동안 이 드라마를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시청해온 애청자건만, 이 마지막회만큼은 사랑해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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