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속초 여행] 4.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 - 까마득히 내지른 돌산

스위벨 2014. 4. 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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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떠난 속초] 4.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이용)

까마득히 내지른 돌산자락

 

 

- 케이블카 요금 : 성인 9000원, 소인 6000원 (왕복)

- 위치 : 설악동 소공원 내

 

 

설악산은 지금까지 두 번 오른 경험이 있다.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흔들바위까지 갔었고, 그 후에는 회사 동료들과 금강굴까지 가는 코스였다. 특히 금강굴까지 가는 등산은 꽤나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보는 경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기에 꼭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악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고민을 했다. 금강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흔들바위 정도는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오랜 만에 찾아온 산을 걷고 싶었다. 그러나 선뜻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때는 혼자여서 꺼려지는 적은 많지 않았는데, 인적이 드문 산길을 오르려니 갑자기 소심한 마음이 마구 퍼덕였다. 그리고 일단 한번 걱정을 시작하니, 혼자 오르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조난이 아닌가 하는, 과한 염려까지 부채질을 시작했다.

 

결국 혼자 하는 등산은 포기하고,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설악산에 와서 케이블카를 타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케이블카는 권금성까지 운행한다. 평소에는 한참을 기다려도 못 타는 경우가 많다는데, 역시 평일에 혼자 간 여행에서는 표 구하기도 쉬웠다.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케이블카에 올랐다.

 

나는 재빨리 케이블카의 유리 벽면에 딱 붙어 자리를 잡았다. 케이블카는 천천히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가파르게 점점 땅 위에서 멀어진다. 사람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동안,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살짝 다리가 떨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설악산의 풍경이 눈에 차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거리가 멀어질수록 내 눈에 들어오는 산은 더 넓어졌다.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설악산 전경]

 

권금성은 설악산의 가파른 돌산 위, 돌바닥 둘레에 쌓은 산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 생성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전하는 말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권씨와 김씨 성을 가진 두 장사가 난을 피하기 위해 쌓은 성이라고 한다. 권씨와 김씨가 쌓은 성이라고 해서 이름이 권금성이 되었다고.

 

케이블카에서 내려 길을 따라 조금 오르자, 이내 웅장한 돌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칠고, 까마득한 돌산의 느낌은, 보통 산이 주는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뭔가 더 건조하지만, 그만큼 단호하고 압도적인.

 

 

돌산 가장자리로 걸어가니, 곧장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가장자리바위 위에 성큼 올라가 호젓하게 경치를 즐기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이처럼 뾰족한 돌 산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꼭대기까지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위에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 올라오기를 줄곧 독려하는, 안내자 분도 계셨다. 계속 목소리를 드높여 올라와 경치를 보라고 말씀하셨다.

 

돌산은 보기만해도 아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 서 보고픈 마음은, 여러 사람들을 그 길로 이끌었다. 이 사진은 중간쯤 올라와 찍은 사진인데, 아래에서 보면, 그 높이가 더 까마득하다.

 

올라가서 보면 설악산의 웅장한 경치와 더불어 드넓은 동해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하니, 높은 곳이 두렵지 않은 분들은 올라가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고소공포증 있는 나도 몇 번을 고민하게 만든 유혹이었으나, 결국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아마 곁에 친구라도 있어 나를 꼬셨더라면 홀랑 넘어가서 시도는 해 보았을 것도 같다.

 

 

내가 사진을 찍은 높이에서 내려다본 아래 모습이다. 중간도 못 올라온 높이인데, 벌써 아래가 훌쩍 멀리 떨어져 있다.

 

권금성은 나무와 숲으로 이루어진 설악산의 다른 장소와는 조금 다른 경치를 선사한다. 돌산과 바위, 그들이 빚어내는 메마른 듯한 웅장함이라니! 더군다나 케이블카를 타고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 다시 찾을 기회가 되거든, 심장을 조금 더 키워, 꼭 꼭대기까지 올라가 바다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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