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속초 여행] 2. 영금정 - 바다의 거문고 가락 (동명항)

스위벨 2014. 3.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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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떠난 속초]

2. 바다의 거문고 가락 – 영금정 (동명항 옆)

 

 

▶위치 :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동명항

 

 

동명항 입구 바로 옆에, 영금정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있다. 그 정자로 들어서는 다리는, 바닷가 바위 위에 놓여 있어, 마치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자를 향해 천천히 다리를 걸어가는 내 옆으로는 벌써 바다가 훌쩍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원래 영금정은 실제 이 정자가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뜻하는 말이었단다. 바위산 꼭대기에, 정자를 닮은 바위가 바로 영금정이었다고. 그 바위들을 향해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마치 신비한 '거문고'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고 해서 영금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신령 령, 거문고 금, 정자 정, 영금정(靈琴亭)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골재 채취를 하느라 영금정이라 불리던 바위를 폭파해버렸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정자는, 속초시에서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 그 장소 위에 세운 것이다.

 

바위 위에 자리잡은 정자는 맨 콘크리트가 그대로 내쳐 보이는 정도의 투박하고 볼품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바다로 훌쩍 나아간 정자의 위치는, 그런 모양새의 볼품없음을 상쇄시켜줄 만큼 멋지다. 비록 신령의 파도소리는 아니지만, 파도가 계속 부서지며 나는 물보라의 음성은, 그대로 운치가 있다.

 

 

영금정의 정자는 총 2개다. 아래 사진처럼 바다 바로 앞 바위까지 가까이 가서 세워진 정자가 있고, 바위산 위에 또 하나가 서 있다.

 

 

바다 앞에 선 영금정은, 파도가 바로 부서지는 모습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고개를 정자 밖으로 빼면 곧장 파도에 손이 닿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에 바위산에 있어 계단을 꽤 올라가야 하는 정자는, 높은 곳에서 너른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이어서, 바람도 불고, 파도는 제법 셌으며, 날도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바다를 보니 새들이 바위 하나에 모닥모닥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을 맘껏 나는 새들이건만, 궃은 날 몸 붙일 곳이라고는 파도 치는 바위섬뿐인가보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끼기에, 모래 해변이 아닌 바위 사이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기에, 영금정은 더 없이 좋은 장소다. 파도가 뜯는 거문고 가락은, 사람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모두 다 다른 곡조이리라. 하지만 찬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날 혼자 보는 파도는, 어쩐지 조금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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