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속초 여행] 3. 속초 등대 전망대 - 높은 곳에서 만난, 호쾌한 바다

스위벨 2014. 3.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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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난 속초] 3. 속초 등대 전망대

– 높은 곳에서 만난, 호쾌한 바다의 얼굴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로 5길 8-28

 

 

버스를 타면 10분이면 될 길을, 굳이 30분 넘게 걸어가기를 선택했다. 몇 번의 혼자 여행으로 깨달은 건, 의외로 유명 관광 포인트만큼이나, 길 위에서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길 위에서의 크고 작은 일상적인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안으로 스민 나의 생각.

 

나는 속초 여행을 기억할 때마다, 그때의 태양과, 그때의 그 길과, 그 길 위에서 내가 했던 생각, 그리고 봄인데도 유난히 더운 날씨에 구멍가게에서 산 캔커피 하나를 시원하게 들이켰던 일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길은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해 주기도 하고,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영금정 정자 안에서 바라본 등대전망대]

 

등대전망대도 그 길 위에서 만난 행운이었다. 나는 영금정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었다. 이른 봄이었는데, 날씨는 꼭 초여름 같아서, 길을 30분쯤 걸었더니 조금씩 지쳐갔다. 그때 관광 안내 부스가 보였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장소에, 조금은 생소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더위도 식힐 겸, 쉬기도 할 겸, 그리고 언제까지 더 걸어야 할지도 알아볼 겸 그곳으로 들어갔다. 나의 물음에 직원분께서는 그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커다란 지도 한 장을 펼쳐 보여주셨다.

"여기가 지금 위치고요, 영금정은 여기예요. 한 10분만 더 걸으시면 되요."

 

 

내친김에 예약해둔 숙소까지 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건네주신 지도 한 장을 들고 나오려는데, 그분은 가려던 내 발걸음을 붙잡고 말을 이었다.

"등대전망대는 가보셨어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영금정이었고, 등대 전망대는 그 존재조차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 꼭 가보세요. 멋있어요."

직원분은 내가 들고 있던 지도를 다시 받아 펼치더니, 영금정 근처에 있다는 전망대를 펜으로 꼭 집어 보여주셨다. 계획한 일정이 아니었기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대충 얼버무리며 나오려는데, 직원분은 내 어정쩡한 대답이 아쉬우셨는지 문을 막 나서는 나를 향해 "꼭 가보세요!"하고 덧붙였다. 나는 그 직원 분의 성의가 고마워, 그리고 굳이 추천해 주신 거라면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영금정 다음의 목적지를 등대전망대로 정했다.

 

등대 전망대는, 그 전망대 탑의 높이도 있지만, 그 전망대 자체가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높다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위의 사진은 그 계단의 일부로, 계단을 오른 후 이어지는 평평한 다리 끝에, 다시 올라가는 계단이 더 있다. 급작스럽게 비가 내리고 있어 근처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가운데, 살풍경한 계단을 올라가려니 다소 겁이 났다. 근처를 조금 돌면 이보다 덜 가파른 나무 계단길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내려올 때야 발견했기에, 할 수 없이 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자, 벌써부터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시원하게 눈 안으로 들어왔다. 등대전망대 주변의 정원도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등대전망대 건물은 크게 3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는 등대와 속초 바다에 대한 정보들이 작게 꾸며져 있고, 2층에서는 빙 둘러진 유리창 안에서 속초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3층에 올라가면, 난간만으로 둘러진, 뻥 뚫린 야외 공간에서 속초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침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해, 한참이나 등대전망대 2층의 벤치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비가 내리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앉아 있는 30여분 동안, 단 한 명의 아저씨가 잠시 옆의 벤치에 앉았다 가셨을 뿐, 내 고요했다.

 

 

그리고 비가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3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도 충분히 멋있다 느꼈지만, 3층에서 본 바다는 더욱 호쾌했다. 빗방울 냄새가 묻어있는 시원한 바람은, 그 느낌을 더욱 배가시켜 주었다.

 

 

3층은 꽤나 높아서, 바다는 꽤 멀리까지 가서 수평선을 만들어낸다. 빗방울들이 계속해 떨어져도, 바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계속 그렇게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갔다. 그리고 떨어진 빗방울들은, 그대로 다시 바다가 되었다.

그 거칠 것 없는 바다의 담담함이 부러워 잠시 그곳에 비를 맞으며 서 있었으나, 결국 몹시도 '후다닥', 다시 실내로 들어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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