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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다른 이름 [꽃보다 누나]

스위벨 2014. 1.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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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여배우들이 지닌 또 다른 이름

 

 

여배우들의 배낭여행이었다. 그러나 여행을 하는 그녀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인물로 분했을 때보다 한 걸음 가깝게 다가왔다. 배우와 생활인의 중간 정도일까.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가끔, 탁 하고 말문이 막히는 화면을 종종 마주했다. 대부분 그녀들이 가진 다른 이름을 깨닫게 되었을 때였다. 그녀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었으나, 미처 인식하지 못한 그 이름들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서였다.

 

 

 

화려한 여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그녀들이었건만, 그녀들에게도 당연히 다른 이름이 있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녀들의 삶 속에는 '여배우'로서의 이름만큼이나 중요한, 많은 다른 이름이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 딸이라는 이름, 그리고 한 여자, 한 사람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이름이 있을 것이다.

 

 

오늘 이미연은, 지나가는 관광객 아주머니가 해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다"는 말에,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다. 김희애는 작가 김수현으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힘든 순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보내준 한 사람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 언저리를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cheer up!" 을 외치며 다시 힘을 냈다. 그렇게 그녀들의 마음을 울린 건, 다름 아닌 한 사람의 작은 마음이었다.

 

 

이미연도, 윤여정도, 김자옥도, 김희애도, 각각이 지닌 삶의 무게가 있고, 그 속에 상처도 있고, 아픔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여배우인 탓에, 온 국민에게 자신의 삶을 상당부분 드러내야 하고, 그 속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픔까지 대중에게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내 삶의 과정들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 쓰디쓴 아픔까지도 누군가의 가십거리로 전락한다는 건 분명, 꽤나 견디기 힘든 막대한 무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오롯이 그녀 혼자 감당해야 할 더 큰 아픔들이 생길 것이다.

 

 

오늘 윤여정은 말했다. 오직 아이들을 위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일만 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가장 후회되느냐는 물음에, 다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삶에서 어떻게 후회와 아픔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자신은 67이라는 나이를 처음 살기에, 자신은 아직까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도 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한 여배우의 고백은 얼핏 담담했지만, 그녀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생각하게 했다.

 

 

그녀들이 여배우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들에도 다른 이름이 있음을, 그 이름을 바탕으로 한 다른 삶의 영역이 있음을 기억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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