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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따뜻한 말 한마디]

스위벨 2014. 1. 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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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 결코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불륜은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실수쯤으로 받아들여지고, 간통죄는 구시대의 악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 세태를 반영한 탓인지, 드라마 속에도 불륜은 단골 소재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려지는 불륜은 꽤나 호의적이다. 남자와 여자는 배우자가 있음에도 서로에게 빠져들고, 나중에는 '사랑'이라 말한다. 그 사랑은 절절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간의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은, 그런 불륜 상황에 대한 번듯한 면죄부로 내밀어진다.

 

그러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려내는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드라마는 오늘 내내, 배우자의 배신을 마주한 이들의 상처를 그려내는 데 더 치중했다.

 

 

김지수는 자기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참자 했다가도 갑자기 화가 몰아쳐와 미친 사람처럼 남편에게 따지고 든다. 잠을 자다가도 이리저리 뒤척이고, 그럴 때 잠든 남편을 보면 억울한 생각에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런 내 모습이 싫어 치를 떨다가, 남편의 얼굴이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평생 정 쌓으며 살아온 남편을 버릴 수도 없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기에 그녀의 분노는 겉잡을 수가 없다.

 

한혜진의 남편 김성수(이상우) 또한 마찬가지다. 부인의 불륜 고백에 정신을 잃은 듯이 난동을 피웠다. 그리고 나서 부인을 죽이고 싶었다가, 다시 안고 싶었다가 하는 자신의 마음에 더 미치도록 화를 낸다. 김성수는 과거 자신의 같은 실수가 있었음에도, 그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륜이 결코 사랑이 될 수 없음을 말한 건, 한혜진의 엄마 고두심이었다. 한혜진은 자신의 불륜을 남편에게 고백했다. 더 이상은 그 죄책감을 참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자신을 위해서였다.

 

"이제 속 시원해. 속이는 거 지긋지긋했어."

"그딴 더러운 짓 너 혼자 감당하는 게 맞아. 니가 한 짓은 숨막혀 죽어 싼 짓이야. … 그래도 내가 엄마니까, 자식이니까 버릴 수 없어서 물어보는 거야. 너 그 남자하고 잤어?"

"아니, 안 잤어. 사랑했어. 마음을 다 줘버렸어. 자고 싶었는데 못 잤어. 그럼 우리 사랑이 다른 바람 피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지잖아. 그래서 못했어."

 

"깨끗하게 이혼을 하고 만나든지, 배우자 속이면서, 그게 사랑이야?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자식 편인 엄마를 등 돌리게 하는 게 사랑이야? 그게 사랑이라면 없어지는 게 나아. 너 같은 인간이 남용하지 못하게. 넌 내 딸 아니야."

 

 

나은진은 엄마에게 '사랑'이라 말했다. 자신의 행동은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또 그 비겁한 자들의 변명거리 앞에 고두심은 그들의 불륜이 사랑이 아니라 딱 잘라 말했다.

불륜을 저지르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타인에게 준 상처가 얼마나 엄청난 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진희는 자신의 외도를 들키고도 그렇게 당당했으나, 나은진은 조마조마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나은진은 한번 겪어 봤기에 그 상처의 크기를 알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가 낱낱이 보여주는 그들의 상처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설사 정말 사랑이었다면, 고두심의 말처럼 깨끗하게 이혼하고 만났어야 했다. 어영부영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감 없이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권리는 그들에게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 사랑 운운해야 한다.

하지만 나은진이 결혼을 끝내려 했던 이유는, 그 사랑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스스로 견딜 수 없어서였다. 사실을 알고도 용서하고 나랑 계속 살려면 살고, 아니면 이혼하고, 정도의 무책임이었다. 하물며 이재학은 아내와 이혼할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불륜이 사랑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 태생부터 비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책임감은 없이 그저 기쁨만을 위한 사랑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쾌락'이다.

 

 

송미경과 이재학의 집에서도, 나은진과 김성수의 집에서도 '밥'이 사라졌다. 그들의 식탁에는 더 이상 따뜻한 식사가 차려지지 않는다. 송미경은 밥 차리기를 거부했고, 김성수는 아내가 만들어 주는 밥을 거부했다. 그렇게 그들이 쌓아 온 가족이라는, 그리고 일상이라는 이름의 소중함과 따뜻함, 그리고 편안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나은진과 이재학이, 그 고운 밥상을 엎어버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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