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붉은 소파 (12회 세계 문학상 수상) – 붉은 소파를 향하는 집요한 시선!

스위벨 2016. 8. 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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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붉은 소파 

(12회 세계 문학상 수상작)

 

/ 조영주 지음

 

     붉은 소파 줄거리, 내용     

 

인정받는 스타 사진작가 '정석주'. 하지만 그는 현재 붉은 소파 하나만을 차에 싣고 다니며, 소파에 앉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사진만을 찍고 있다. 그 붉은 소파는 딸 은혜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은혜는 15년 전, 살해당했다. 자신의 집, 바로 그 붉은 소파에서.


그 후부터 정석주는 붉은 소파를 가지고 전국을 헤맸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붉은 소파에 앉게 하고, 그들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딸의 살인범이 그 붉은 소파에 앉게 된다면, 분명 그를 알아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제자이자 딸의 남편이었던 '이재혁'이 떠돌던 정석주를 찾아내고, 스튜디오 운영비를 빌미로 외부에서 의뢰한 작업을 맡긴다. 그 일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경찰 조사를 위한 사진 촬영을 하는 것.

석주는 그곳에서 자신의 딸과 어딘지 겹쳐 보이는 경찰 '김나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바라본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 후로도 김나영을 도와 몇 건의 사건을 해결한다.

 

정석주는 그 사건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피해자와 유족, 가해자들을 접하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의 딸이 희생되었던 303 연쇄살인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러던 중, 정석주는 김나영 또한 그 303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이자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소설 붉은 소파.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긴장감도 강했고, 소재도 신선했다. 간혹 사건 사이사이의 이음새가 툭툭, 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보이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풀어가며 힌트를 얻어 마지막에 다다르는 구성은, 무게를 적당히 분산시키면서도 중간중간 적절히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했다.


특히 '사진'과 '카메라'를 통해 무언가를 바라보는 그 시각은, 더없이 익숙하지만 깊게 생각해 본적 없기에 한껏 낯설어지는, 무척 새로운 느낌.



그런데 '붉은 소파'를 모두 읽고 난 후, 나는 아무래도 '손쉬운 선택'이었다는 인상을 버릴 수가 없다. 303호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선정, 그리고 주인공과 마주선 마지막 한 명의 인물에 이르기까지.

 

소설 '붉은 소파'에서는 여러 살인과 그 사건의 범인, 가해자의 죄책감,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피해자를 위한 용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 과정에서 사진이란 도구가 사용되었다. 그것은 집요하게 바라보고, 외면하지 않고, 응시하여 본질을 보려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면적은 넓은데, 결국 풀어낸 이야기가 가진 깊이는 아쉽다. 범인은 밝혀졌지만 결국 이미 죽은 인물이라 단죄도 용서도 할 수 없는 허무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책의 주요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 사그라진다.



또 마지막까지 주인공 정석주와 대결한 다른 한 명의 인물은 어떤가. 나는 정말 그 '사이코패스'가 그러한 마지막을 가져도 좋은 거냐고, 주인공 정석주에게 묻고 싶다.

'그'는 마지막까지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인물로 그려졌다. 심지어 자신의 딸의 사고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인물이 아닌가. 오히려 마지막까지 장석주를 조롱했다. 그런 그가 장석주가 찍어 보낸 사진 몇 장으로 붉은 소파에서 쓰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모든 사건은 그렇게 덮인 채 흩어졌다.

 

장석주는 정말 그것을 족한 참회라고 받아들이고, 그를 용서했을까? 스스로 그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납득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저 용서라는 결말을 이끌기 위한 형식적 과정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든다. '사진'을 통해 진실을 응시하려는 과정은 치열했으나, 결국 그 고민의 결론은 정형화되고 쉬워져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하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마치 소설 속 붉은 소파처럼 자신만의 색을 뿜어내고, 자신의 존재를 도드라지게 한다. 특히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한 사진가의 집념 어린 시선을 글로 구체화해 전달한 그 신선한 시각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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