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책] 한여름 밤의 비밀 - 망자의 악보에 담긴 과거의 증언! (얀 제거스)

스위벨 2016. 7. 7. 17:40
반응형

[책, 스릴러, 추리] 한여름 밤의 비밀

 

/ 얀 제거스 지음

 

60년 만에 공개된 세계적인 작곡가의 친필 악보.

아름다운 선율 뒤에 숨겨진 잔인한 진실!

 

 

    한여름 밤의 비밀 줄거리, 내용    

 

70대 노인 호프만. 그는 12살되던 해 유대인이었던 부모님이 끌려가는 모습을 멀리서 목격한 후, 홀로 프랑스로 건너와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끔찍한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용소로 끌려간 부모님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모든 과거를 끊으려 노력했다.


한여름 밤의 비밀 표지

그러던 그는 어느 날 TV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과거 그의 아버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품으로 남겼다는 두꺼운 서류봉투를 전달받게 된다. 그 봉투 속에는 세계적인 작곡가가 남긴, 미출간 오페라의 친필 악보가 들어 있었는데, 그 악보의 금액적 가치는 막대한 수준.


이 모든 과정이 TV 방송을 통해 세상으로 알려지며, 호프만은 악보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된다. 이에 호프만과 방송을 같이 했던 여기자 '발레리'는 자신이 자청하여, 호프만의 대리인 자격으로 악보의 저작권 계약을 위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가게 된다.

 

독일의 마인 강, 그곳에 있는 선상 레스토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프랑크프루트 경찰청의 강력계 팀장인 로버트 마탈러도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무려 다섯 명이나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이지만, 누굴 노린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도, 범인의 윤곽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마탈러는 살해된 사람들 말고, 사건 장소에 함께 있었던 인물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프랑스에서 온 여기자 '발레리'다. 하지만 사라진 그녀의 행방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데…


의문의 살인, 사라진 악보! - 한여름 밤의 비밀

 

◇◆◇

 

소설의 처음, 유대인이었던 '호프만'의 부모님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이야기가 등장할 때부터 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은 숨겨진 진실의 실체를 짐작하게 한다. 독일, 유대인, 나치, 홀로코스트… 그 일련의 사항들이 등장하면 흔히 미스터리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비밀이 존재하니까. 악보와 정확히 어떠한 관련이 있을지, 명확히 어떤 것이라 구체화할 수는 없어도, 그것이 어떤 종류일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살아남은 나치 전범, 신분세탁 등이 바로 떠올랐다.


형사 마탈러의 수사! - 한여름 밤의 비밀

 

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은 비슷한 류의 다른 미스터리 소설들에 비하면, 사건이나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다.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조각들이 결말을 향해 가며 딱딱 맞아 떨어지는 짜릿함도 없다. 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은 하나의 주요 줄기만을 따라간다. 좋게 말하면 집중, 나쁘게 말하면 단순함이 될 수도 있다.

거기다 소설 초반에는 이리저리 수사만 하고 인물들의 혼란을 보여줄 뿐, 재대로 어떤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상황을 끌다가, 소설은 중반이 훌쩍 지나서야 조금씩 그 실체를 털어놓는다. 그런 속에서도 소설은 인물들을 일부러 다른 함정에 빠트리거나, 거짓 용의자를 내세워 혼란을 주려는 노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작가 '얀 제거스'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 게 재미있었다! 충분히 독자를 지루하게 할 만한, 자칫 지치게 할 만한 요소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는데도, 소설은 술술 읽혔고, 책장은 자꾸만 조급하게 넘어갔다.

소설은 급박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인물들이 한발한발 다가서는 과정에 대한 (수사에 성과는 없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상황들이 이어진다. 또 그 과정을 만드는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 그들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런 점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


얀 제거스 추리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

 

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을 읽으면서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있다. 독일 사람들 중 일부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 하는 끔찍한 증언에 대해 헛소리라고, 혹은 꾸며낸 이야기일뿐이라고 매도하는 장면에 대해 경찰 '마탈러'가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독일은 인류 최악의 비극을 만들어낸 나라이기는 하나, 자신들의 과오를 직시하고 참회하는 자세를 지닌 사회라고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한 상황을 보면, 그런 독일에서도 (물론 일부이기는 하나) 오히려 희생자들에게 헛소리를 한다며 비웃는 듯한 상황이 종종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사실 무지가 아니라 비겁함이 아닌가 싶다. 그런 참담한 일들을 현실로 인정하느니, 누구 한 사람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치부하고는 나의 현실에서는 외면한 채 살아가고 싶은 비겁함. 그리고 이런 마음은 정도의 차이일 뿐, 소설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엿보인다. 부모님이 끌려간 이후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고 싶어 멀리한 채 살아온 '호프만'이나, 학교에서 배운 사실로 막연히 알고 있기는 하나, 막상 그 참상을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은연중에 꺼려온 '마탈러'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그려졌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인상에 남은 건, 우리 사회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우리의 역사를 보는 자세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커다란 비극적 일들 앞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가 있었으므로.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이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했다.


독일 TV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

 

소설 '한여름밤의 비밀'을 읽으며 얻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면, 이 소설에서 이어지는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가 '얀 제거스'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이 소설 이전에 '너무 예쁜 소녀'라는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바 있단다. 이번 소설에서 등장했던 경찰 '마탈러'와 팀원들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고.

 

마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추리소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을 때처럼, 책 속의 다른 이야기가 되고, 소설의 시리즈 안에서 숨쉬며 살아갈 경찰 캐릭터들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시리즈가 진행 될수록 시련도 겪고, 변화도 되고, 성장하는 캐릭터로 말이다.

강력팀장 마탈러, 과학분석관 사바토, 매력적인 여형사 케어스틴… 이들을 작가의 다른 책들에서도 계속 만나보고 싶다. 이들이 등장한 작가의 전작도 물론 찾아 읽어볼 생각!


[소설] 인페르노 - 단테의 ‘신곡’을 따라 지옥으로! (댄 브라운 지음)

[소설] 산 자와 죽은 자 /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 일곱 번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