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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 사라바 - 나만의 ‘사라바’를 찾아서! (나오키상 수상)

스위벨 2016. 7. 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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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사라바

 

/ 니시 가나코 지음


우리의 '사라바'는 '안녕'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 되었다.

'내일도 만나자', '잘 있어', '약속이야', '굿 럭', '갓 블레스 유', 

그리고 '우리는 하나야'.

'사라바'는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이었다.

(소설 사라바 )

 

[소설 사라바 - 1, 2권]

    사라바 줄거리, 내용    

 

아유무는 이란에서 태어났다. 해외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가족(어머니, 누나)이 함께 이란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그 후, 아유무 가족은 아버지의 발령을 따라 다시 이집트로 가게 되었다.

초등학생 아유무는 이집트에서 '야곱'을 만나 소중한 친구가 된다. 이집트어를 모르는 아유무는 야곱과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말뜻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강하게 연결시켜준 단어는 '사라바'였다. 그 말은 아유무와 야곱 사이에서 힘들 때, 작별할 때, 위로하고 싶을 때… 그 어느 때건 주문처럼 사용되는 마법의 단어였다.

 

그러나 아유무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고, 아유무와 누나 다카코는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온다. 야곱과 헤어진 슬픔은 컸지만, 아유무는 일본에서도 잘 적응하며 친구를 사귀고,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인기를 구가하며 방탕한 생활을 보낸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잡지에 자신의 칼럼을 연재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아유무의 가족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기행을 일삼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논란을 일으키는 누나, 이혼 후 요란한 연애를 이어가는 엄마, 거기에 고행자처럼 일만 하는 아빠. 아유무는 이런 가족들이 부끄럽고, 늘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여기고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아유무는 점차 추락해가기 시작한다. 칼럼은 인기를 잃고 시들해지고, 아유무가 늘 자만심을 가지고 있던 외모는 탈모와 함께 보잘것 없어진다. 그렇게 자격지심으로 인해 홀로 망가져 가고 있을 무렵, 과거와 확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누나를 만나게 된다.


 

◇◆◇

 

소설 사라바. 152회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이다. '사라바'는 1, 2권에 걸쳐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화자는 아유무다. 아유무가 자신이 태어났을 무렵부터 그가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고 37살이 된 현재까지, 마치 일대기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따라가며 아유무는 물론, 그의 가족의 삶까지 엿보게 된다. 따라서 소설은 다소 긴 호흡을 지니게 된다.

 

 

소설 사라바는 아유무의 시선을 따라 그의 가족을 조명하며, 그 가족 안에 있는 구성원 하나하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혹은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어떻게 흔들리고, 헤매는지. 그리고 결국 그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찾아가며 일어서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소설의 중반까지, 흔들리는 것은 누나 다카코이고, 엄마이고, 아버지였다. 다카코는 어렸을 때부터 독특한 기질과, 왕따를 경험하며 줄곧 자신이 믿을 무언가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숱하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맞이해야 했다. 하지만 다카코는 찾아가는 과정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은 찾아냈다.


 

그리고 후반에 들어서면서야 알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가족들의 숱한 고뇌와 흔들림보다, 아유무 안에는 더 큰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유무는 어렸을 때부터 누나와 엄마의 갈등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누군가의 눈에 특별하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얼마간 인정은 받는 위치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늘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을 살피고, 다른 이들의 기준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는 삶을 걸어왔다. 그렇게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 중 하나가 어긋나기 시작하자, 아유무의 삶에는 남은 것이 없어진다.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온 삶이므로.


 

그런 아유무에게 누나 다카코가 한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서도 조금은 무심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카코는 아유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카코 자신이 숱한 내면의 갈등을 겪고 흔들린 것이고, 아유무가 겪은 게 아닌데 왜 아유무가 그 이유 때문에 줄곧 영향을 받는 것이냐고.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누나와 늘 가정의 기운을 얼려버리는 누나와 엄마의 갈등이, 어린 아유무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 리 없다.

다만 그래도 다카코의 말을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유무는 더 이상 그 때의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 아유무는 성인이고, 이제 자신이 믿는 것을 충분히 자신이 선택하고, 그 방법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이기에.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 '사라바'가 아닌가 싶다. 나의 내부 어딘가, 아유무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책 '사라바'의 마지막에는 나도 꽤나 마음이 깊게 찔리는 기분이었다. 나 또한, '왜 내 자신이 아닌 타인들의 영향 때문에, 내 뿌리까지 흔들어버리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란 완전히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존재하는 그 믿음, 나를 지탱하는 기둥 하나는 남겨두어야, 비바람에도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책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던 숱한 종교와 기행들이 누나에게는 정답이 되어주지 못한 것처럼, 혹은 아유무가 찾아낸 '사라바'와 누나 다카코가 찾아낸 것이 다르듯이 말이다. 하지만, 마음을 깊이 푹 찌르고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책은 작은 힌트를 조용한 격려와 함께 살포시 내민다. "너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너만의 사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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