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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보석같은 순간들!

스위벨 2016. 4. 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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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에세이]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 오카노 유이치 지음

 

 

치매에 걸린 80대 어머니를 모시는 60대의 아들이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에 요양원에 모시지만, 나이든 대머리 아들은 늘 어머니를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작가인 '오카노 유이치'는 그렇게 치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직접 만화로 그려냈다.


그 첫 번째 책이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였는데, 그 책에 이어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가 후속으로 나왔다. 전작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를 참 따뜻하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바로 집어 들었다.

 

(페코로스란, 이 책의 작가 '오카노 유이치'의 별명이란다. '작은 양파'란 뜻인데, 그의 동글동글한 대머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작에서 치매 어머니와의 소소한 시간과 어머니의 과거, 가족이 살아온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펼쳐놨다면, 이 책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에서는 어머니의 시간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 


거기에 더불어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어머니의 몸 상태와, 보호자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한층 더 녹아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점점 더 작아지고, 어려져, 삶이 마침표를 찍는 그 시간까지, 작가는 담아내고 있다.

  

 

흔히 '치매'라 하면, 참으로 힘든 병으로 알고 있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생활도 버겁게 만드는. 그런데 작가 유이치는, 치매를 비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왜 슬프고 힘든 일이야 없겠냐마는, 그저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그는 현재의 기억을 잃고 과거의 기억이 되려 선명해지는 그 '치매'란 병을 통해, 어머니의 시간을 엿본다. 어머니의 젊은 날을 추억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어린 날을 상상하고, 어머니의 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려 한다. 그는 치매가 단지 병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상냥하게 매만지고, 위로하는 시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책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가 가진 전반적인 시각은 밝고 따뜻하다. 심각하지 않고, 치매 어머니와의 웃긴 에피소드는 충분히 웃기게! 당황스런 사건들은 약간의 유머를 더해 발랄하게 그려낸다.

그를 통해 작가는 어머니의 힘들었던 삶을 다정하게 위로하고, 현재 앓고 있는 치매라는 병까지 담백하게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책은 참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책은 단지 '치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꿈이 있었을 작은 소녀가 현실에 치어 가난한 결혼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그렇게 늙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의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급히 달려갔을 때 어머니는 아직 따듯했다.

치매에 걸린 뒤로 어머니는,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덜어 내면서 천천히 천천히 떨어져 내려

마지막으로 조용히 착지하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자는 듯한 그 옆얼굴을 보며

어머니는 제대로 정확히 착지하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

 

이 책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로 그의 어머니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작가 유이치는 어머니의 마침표가 행복하길 바란 듯, 어머니가 저쪽 어딘가로 가뿐하게 떠나고, 그곳에 잘 도착한 것으로 그렸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는 참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많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게 쏟은 그의 정성이, 어머니와 함께한 많은 시간이 그의 아쉬움과 슬픔을 덜어주겠구나, 그는 어머니를 따뜻한 행복으로 기억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책]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 치매 어머니와의 시간, 따뜻한 만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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