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소설] 49일의 레시피 - 죽은 엄마가 남겨 준 행복 레시피!

스위벨 2016. 4. 1. 14:49
반응형

[책, 도서] 49일의 레시피

  

/ 이부키 유키 지음

 


"처방전.

우리가 다시 일어나게끔 엄마가 남겨준

49일의 생활 레시피였던 거예요."


 

    줄거리, 내용    

  

아내 오토미가 죽었다. 홀로 남은 남편 아쓰타 료헤이는 음식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생활은 엉망이다. 

그런데 한 젊은 여자가 그의 집을 찾아온다. 금발에 까만 얼굴을 한 채 당돌한 태도의 '이모토'. 그녀는 료헤이의 아내가 죽기 전, 자신의 죽음 이후 49일동안 집안일을 부탁했다고 말한다. 료헤이는 거절하지만, 이모토는 이미 죽은 오토미에게 돈을 받았다며, 막무가내로 집안일을 돌보려 한다.

 

료헤이가 난감해하고 있는 차에, 결혼해 따로 살고 있는 외동딸 '유리코'도 갑작스레 집을 찾아온다. 유리코는 남편의 외도로 깊은 상처를 받은 데 이어, 내연녀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에 이혼하기로 마음먹고 짐을 싸 친정으로 온 것이다. 죽은 엄마는 유리코의 새엄마였지만, 늘 유리코에게 정성을 다했기에,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만 느껴진다.

 

이모토는 지친 유리코와 료헤이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사람의 기묘한 생활이 시작된 가운데, 유리코와 료헤이는 조금씩 자신의 생활을 찾아간다.


그러던 차에 이모토는 죽은 '오토미'가 생전에 자신의 49일에는 제사 대신, 요리를 만들어 즐거운 연회를 열길 바랐다는 말을 전한다. 아내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어진 료헤이는 오토미, 유리코와 함께 49재 연회를 준비한다.

  

 

◇◆◇

 

소설 49일의 레시피는 엄마가 남긴 레시피대로 '이모토'가 재현해내는 음식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한 가지 음식이 하나의 장이 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 목차이자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사르르 녹는 라멘 레시피 / 자주 쓴 풀차 레시피 / 간편한 청소 레시피 / 기운이 나는 수프 레시피 / 배가 든든 돼지호빵 레시피 / 스키야키 좋아 좋아 레시피 / 눈물이 나는 고로케 레시피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라는 현실적 어려움 앞에서, 유리코는 크나큰 상실감을 느낀다. 남편은 유리코와 내연녀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런 와중에 유리코가 먼저 남편을 포기한 이유는 하나다. 유리코와 남편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는데, 내연녀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유리코는 남편에게서 아버지가 되는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처지와 연결해 죽은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유리코의 엄마는 생모가 아니라, 생모가 죽은 후 아버지가 재혼한 여자였다. 엄마 오토미는 자신의 아이도 낳지 않고, 료헤이의 아내로, 유리코의 엄마로 살았다.

그리고 엄마처럼 자신도 아이를 낳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인 것이다. 아이 없는 여자의 삶이란 공허하고, 죽음 뒤에 남겨진 것도 없는 듯이 느껴진다. 


유리코는 49재 연회를 위해 '엄마의 발자취'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엄마의 삶을 연대별로 정리해 쓰고 사진을 함께 붙여 전시하려는 계획. 그러나 막상 친자식이 아닌 자신과 무심했던 아버지는 엄마의 결혼 전 삶에 대해, 집 밖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때문에 엄마의 발자취를 꾸민 종이에는 참으로 많은 여백이 쓸쓸히 남겨져 있다.

  

 

하지만 엄마의 49재 연회에는 예상 밖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유리코의 친척들은 물론이요, 엄마가 사회시설에서 교육을 하며 가르쳤던 아이들, 엄마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유리코가 빈 칸으로 남겨두었던, 여백으로 남아있던 엄마의 삶을 하나 둘씩 메워 넣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유리코도,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가 있게 된다. 엄마가 걸어온 그 삶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결코 의미 없는 것들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뚜렷하게 남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저 누군가의 '디딤대'로서의 삶을 엄마는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으로 마음을 채우며 살아갔음을. 그리하여 유리코도 비로소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옴마는 평생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디딤대 역할을 자청해 왔다. 그 디딤대를 밟은 사람은 그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서, 결코 그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옴마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역할 자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낸 밝고 강인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49일의 레시피.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 동화 같은 따스함과 부드러움, 온기가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들과 엄마가 살림의 팁을 남겨놓은 노트. 죽음을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49재 연회의 왁자지껄함.


그리고 누군가의 삶의 여백을, 다른 이들이 비로소 채워주는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진짜 삶은 바로 그렇게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나와 잠시라도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소설 '49일의 레시피' 마지막은 마치 동화처럼 흘러간다. 믿지 못할 기적이랄 수도, 그렇다고 단순히 착각이랄 수도 없는 상황. 하지만 남편 료헤이가 그랬듯, 우리도 그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그 어느 쪽이어도, 추억이 담긴 엄마의 음식은 눈물 나게 맛있고, 료헤이와 유리코는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으며, 엄마를 기억하는 시간을 모두 함께 충분히 보냈으므로.


[소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 기억과 추억이 만들어낸 요리!

[소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 모든 것은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소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에쿠니 가오리 :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