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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에쿠니 가오리 :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스위벨 2015. 12. 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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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에쿠니 가오리 지음

 


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다.


'언뜻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



    줄거리, 내용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가족. 그들은 3대가 한 집에 모여 함께 산다.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일본인 할아버지와 그 부인인 러시아인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장녀인 기쿠노 부부, 그리고 차녀 유리 막내아들 기리노스케까지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장녀인 기쿠노 부부에게는 4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첫째 딸은 아버지가 다르고, 넷째 아들은 어머니가 다르다.


그들의 교육방침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교사와 함께 집에서 공부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집안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루 종일을 보낸다. 또한 저녁식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먹는다. 그래서 그들의 많은 일과와 생활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들 각자에게는 가족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시간과 이야기가 있고, 비밀이 있다. 그렇게 이들 가족의 3대에 걸친, 약 100년 동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굉장히 특이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대가족이 오래된 대저택이라는 한 공간에 모여 사는 것부터 그렇고,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가족 구성을 유지하고 사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가족이라고 해도 그들의 성향은 모두 다르고,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곤 없다. 그래서 소설은 그들 한 명 한 명을 각자의 화자로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3대에 걸친 가족 모두가, 각자 시간과 공간을 바꾸어 가며 자신들의 한때를 이야기한다.

  

 

때문에 각 장에 들어갈 때마다 얼마간을 읽어야 비로소 화자가 누군지 알 수 있고, 그들이 말하는 시대도, 공간도 일괄적이지 않고, 조각조각 등장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큰 그림은 전혀 보이지 않고, 눈앞의 단편적인 내용들만이 조금씩 드러날 뿐이라 조금은 감질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여러 조각들은 곧 아주 매끄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한 명이었던 그들의 모습과 더불어, 개인으로 존재하는 그들의 내밀한 모습이 함께 드러나게 된다. 다른 가족의 시각으로 보았던 한 인물의 모습과 그들만이 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족 각자가 화자로 등장한 모든 장이 모여, 한 대가족의 이야기가 완성되고, 다른 이의 시각에서 보이지 않던 조각들이, 그들 모두의 이야기가 모였을 때 비로소 퍼즐 맞추듯 완성된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굉장히 독특한 소설의 이 제목 안에, 소설의 주제가 내포되어 있다.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집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밥에 소금을 뿌려 먹을 수 없지만, 나와서 밥을 먹을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밥에 소금을 뿌려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이 가족에게는 '자유'를 뜻하는 표현이다.

 

이 가족은 포옹을 무시로 주고받을 만큼 아주 친밀하고 끈끈하다. 현대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가족주의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 각자에게는 다른 가족이 모르는 자신만의 생각과 삶이 있다. 가족들이 미처 보지 못한 성향이나 몰래 감추어둔 비밀이 있다. 


그렇게 가족의 '포옹' 안에 함께 있는 존재와, 개별적인 삶 속에서 '자유와 비밀'을 가진 한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시점과 시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그리면서, 그때그때 보이는 것을 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이라 해도 결국은 모두 혼자가 아닌가." - 에쿠니 가오리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이야기했듯, 에쿠니 가오리의 이전 작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이전 에쿠니 가오리들의 대표작들은 비교적 단출한 인물 구성으로, 그들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며 표현하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들이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 그것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3대에 걸친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었구나, 를 느끼게 하는 부분들도 있다. 전체 가족을 볼 때는 전혀 색다른 얼굴이지만, 그들 인물 하나하나가 겪는 젊은 날의 사랑이나 사건들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간 에쿠니 가오리가 보여주었던 감정의 섬세함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모여 엮어내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비로소 맞추어지는 퍼즐과 드러나는 비밀들까지… 참으로 즐거운 요소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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