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홀리가든
: 모든 순간에 흐르는 일상의 시간들
/ 에쿠니 가오리 지음
줄거리
과거에 겪었던 사랑의 상처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한 가호. 그녀는 여전히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에 슬퍼하고, 그 때문에 쉽사리 다른 이를 사랑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들과 다소 이기적이고, 위험해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 가호에게 친구가 있다. 이름은 시즈에. 학교 미술 교사고, 애인이 있다. 그런데 그 남자에게는 부인도 있다. 한 마디로 하자면 불륜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호와 시즈에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서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만, 반면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기도 하다. 너무 속속들이 알아 상처도 알고 그 상처를 누구보다 걱정한다. 반면 그렇기에 상처를 헤집어 아프게 할 있는 존재도 서로일 수 밖에 없다.
◇◆◇
"정말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정말 외톨이라 생각하고,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호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이는 닦아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한다."
이 책 속에는 가호와 시즈에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들이 그려진다. 물론 그녀들의 현재는 다소 위험하다. 그녀들의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흔들리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양치질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 그려진다. 마치 우리의 오늘처럼.
그리고 가호와 시즈에의 사랑은, 그런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녀들의 사랑은 참으로 별다르지만, 하루하루를 놓고 보면 그저 별다를 것 없는 모습 속에서 말이다.
여분의 것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 그 말처럼, 책 속에서는 그녀들을 둘러싼 소소한 일상의 여분들이, 아주 낮고도 느리게 흐른다.
아프고 힘든 일도 일상의 자잘한 일들에 섞여 또 지나가고, 그렇게 흐르다 보면 다른 방향의 길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똑 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사는 그 일상의 시간들이,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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