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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스위벨 2014. 11. 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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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키친 

: 위로가 필요한 당신,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키친> 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다. 

책 속에는 총 세 개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각각의 제목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다. 그 중 '키친'과 '만월'은 동일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크게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각각의 단편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점이다.


'키친'의 미카게는 자신을 길러 준 할머니를, '만월'의 유이치는 아버지이자 (성전환 수술로 인해) 어머니였던 에리코를, '달빛 그림자'의 사츠키는 남자친구를 잃었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대부분 그렇듯, 그들의 아픔도 아주 잔잔하게 그려진다. "아파 죽겠어!"하고 소리치며 몸부림치는 모습이 아닌, 그저 아랫 입술을 꾹 다문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리고 책은 그들이 입은 상실과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냈듯, 그 치유의 모습도 특별하지는 않다.

 

그들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 하지만 열렬히 사랑한다든지, 모든 것을 다 공유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에게 친절하고,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상대에게 아주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일상의 어떤 일들을 꾸역꾸역 해나가는 동안 상처 입었던 이들은 다시금 힘을 얻는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말한다면, 그곳은 부엌이다. 어느 곳, 어떤 곳이든, 그곳이 부엌이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나는 좋다.

지독하게 더러운 부엌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부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좋다."

 


<키친>의 주인공인 미카게가 부엌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살아갈 힘을 주는 음식, 온기를 주는 음식,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고, 감각을 느끼게 하는 음식, 그리고 우리가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가장 기본이자 일상의 시작이 있는 곳.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점이 좋다. 특별한 치유가 아니라는 점. 그저 매일매일 필요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고, 차 한잔을 마시고,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누구나 매일매일 행하는 그런 자질구레한 일상을 통해 어둠을 통과하게 만드는 힘이 좋다.


나도 그렇게, 눈 앞에 놓인 일상들을 차근차근해 나가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산다는 것이 별 것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기쁨들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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