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Out Of Rosenheim , Bagdad Café / 1987)
/ 퍼시 애들론 감독
/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야스민), CCH파운더(브렌다), 잭 팰런스(루디 콕스) 출연
바그다드 카페 줄거리, 내용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 한 가운데 자리한 '바그다드 까페'. 카페와 주유, 숙박을 겸하고 있지만, 초라한 그곳을 찾는 손님은 사막 도로를 지나는 지친 트럭 운전사들뿐이다.
그런 바그다드 카페의 안주인인 '브렌다'. 그렇지 않아도 일거리는 많은데,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다. 까페에 꼭 필요한 커피머신은 고장 났고, 무능한 남편은 변명만할 뿐 무엇 하나 해결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거기에 자녀들은 각자 나름의 문젯거리만을 안긴다.
그런 바그다드 카페에 '야스민'이라는 여인이 찾아 든다. 독일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 왔지만, 남편과 다투고 난 후, 남편은 그녀를 두고 혼자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야스민은 근처에 있던 바그다드 카페에 초라한 방을 얻는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착각해서 잘못 가져온, 남편의 옷이 담긴 트렁크 하나뿐이다. 하지만 야스민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편의 옷을 적당히 골라 입고서, 어지러운 바그다드 카페 이곳 저곳을 청소하고, 사람들과도 활기차게 대화하려 한다.
하지만 브렌다는 그런 야스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 검은 속내를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아 브렌다는 그녀를 극심하게 경계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바그다드 카페의 사람들과 브렌다의 아이들까지, 점차 야스민에게 마음을 열고 그녀의 밝은 기운에 물들기 시작한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
◇◆◇
바그다드 카페의 안주인인 '브렌다'는 거친 사막의 느낌 그대로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사막의 먼지를 뿌옇게 쓰고 방치된 바그다드 까페처럼 말이다. 다른 일은 많고, 사막에서는 어차피 매일 먼지가 날아들기에 치워야겠다는 의욕조차 잃었다. 브렌다는 그렇게 '그저 사막에 놓아졌기에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듯이 보여진다. 목적이나 방향성은 없이 그저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 의식만 있는 것처럼.
거기에 바그다드 카페를 거쳐 가는 손님들도, 그곳에 사는 브렌다의 자녀들도, 그저 마른 모래마냥 풀풀 흩날려 다닐 뿐이다. 서로와 친밀하게 붙거나 섞일 수 없는, 그저 하나의 알갱이로 존재하는 까끌거리는 모래알.
그런 그곳에 참으로 이질적인 존재가 하나 나타난다. 바로 '야스민'이다. 그녀는 길에서 남편에게 버려지다시피하며 트렁크 하나만을 끌고 바그다드 카페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 트렁크마저 남편의 옷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야스민의 방식은 바그다드 카페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야스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중에서 긍정적인 것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난감한 상황에서도 남편의 옷을 적당히 골라 입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구석구석 바그다드 까페를 청소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는 항상 밝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남편의 짐 속에 들어있던 마술도구 상자를 꺼내 이것저것 연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작은 기운이 바그다드 카페로 번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바그다드 카페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거기서 생활하는 군식구 '루디 콕스'부터 시작해, 브렌다의 아이들도 차츰 야스민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날카롭게 야스민을 보던 브렌다도, 그 촉촉한 마법에 스르르 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른 흙먼지만 풀풀 풍기던 사막의 바그다드 카페에 맑은 물의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어느덧 바그다드 카페는 모래 쌓인 사막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로 변해간다. 야스민이 선보이는 마술쇼와 함께 바그다드 카페에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웃음이 퍼진다. 사막을 건너던 사람들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힘을 얻고 기운을 얻는다.
나의 20대 초반,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이 영화 '바그다드 카페'였다. 마른 먼지 가득한 황량한 사막, 그곳에 초라하게 서 있는 바그다드 카페. 건조하고 메마른 땅, 공허하고 고독한 사람… 그리고 그 느낌을 더하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 "Calling You (콜링 유)" 까지. 사막 위로 흐르는 거칠고 마른 음성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심장까지 버석거리는 갈증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내 사막에 촉촉한 단비를 내린다. 영화가 후반에 다다르면 성마르던 마음의 열이 식고, 내린 비로 잠시나마 자작자작해진 기분이 들었다.
살다 보면 한 낯의 뜨거운 태양에 한줌의 그늘도 없이 서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혼자 건너야 하는 사막이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갈증을 녹여줄 시원한 물 한잔을 갈구한다. 그럴 때, 우리 안에도 마법이 필요할 것이다. 긍정이, 희망이, 그리고 사람을 향한 다정함이 만들어낸 바그다드 카페의 마법처럼 말이다.
물론 쇼가 끝나면 불이 꺼지고, 바그다드 카페에는 무거운 정적이 찾아들 것이다. 혹시 야스민이 다시금 떠나게 된다면, 바그다드 카페는 또다시 고독과 먼지에 잠식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언젠가 한번은 힘을 내고, 그리하여 다시금 만들어 볼 수있다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을까? 내 안의, 내 마음 속의 '바그다드 카페'.
덧. 1987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7월 중순께에 '바그다드카페 디렉터스컷'이 재개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 제작 30주년을 기념한 무삭제 감독판이란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고작 브라운관 TV에 연결된 '비디오 테이프'였는데!!! 그 후엔 VCD를 구입해 보고 또 보고 했었다. 그런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니… 마음이 한껏 부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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