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 2006)
엉망진창에 실패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인생.
/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그렉 키니어,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슬린 출연
미스 리틀 선샤인 줄거리, 내용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中]
한 가족이 있다. 불법 약물 사용으로 최근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 대학강사로 자신이 고안한 '성공에 관한 이론'을 팔려고 애쓰지만 늘 실패만 하는 아버지 리차드(그렉 키니어). 이런 남편에게 진절머리가 난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바쁜 일과로 이 주째 사온 치킨을 저녁식사로 내놓고, 15살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꿈인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 모든 대화는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거기에 7살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통통하고 귀여운 몸매지만 유난히 어린이 미인대회에 애착이 많아 할아버지와 함께 고군분투중이다. 거기에 엄마 쉐릴의 오빠이자 아이들의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동성 애인한테 차인 충격으로 자살기도를 했다가, 병원에서 퇴원하며 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던 중, 막내 딸 올리브가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출전 포기를 설득하던 부모는 결국 딸아이의 간절한 소원 앞에 허락한다. 그리고 결국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미니버스에 빼곡히 올라 타고 캘리포니아까지 1박2일의 긴 여정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엉망진창 가족이 좁은 고물 버스 안에서 부대끼며 조용할 리가 없고, 하나 둘,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다.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괴짜에 중구난방인 인물들이 한 가족으로 묶였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한 차에 꽉꽉 들어찬 채로, 1박2일의 길을 떠난단다. 더구나 그 차는 비좁은 데다 고물 중의 고물. 관객 모두들 그 여행이 순탄치 않으리란 걸, 결코 쉽지 않은 길이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맞이한 상황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조심하세요!)
처음 시작은 고물 미니버스부터였다. 시동이 안 걸리지 않아 가족들이 힘들게 밀어야 하고,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차를 밀던 가족들은 다시 힘껏 달려 차에 올라타야 한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버렸다.
자신의 성공이론을 들먹이며 가족들에게 성공법을 설파하던 아빠는 처절한 실패를 맛본다. 외삼촌은 여행 중에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맞닥뜨리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단 의지로 묵언수행을 이어가던 큰아들은 색맹은 조종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래고래 난리를 친다. 거기에 평생 불법 약물을 끊지 못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여행길 위에서 세상을 하직한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그들은 길을 멈추지 않는다. 막내 딸의 꿈인 '미스 리틀 선샤인'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했고, 생전에 손녀딸과 함께 부단히 연습하던 것이었다.
또한 그 목표는, 결국 길 위에 선 가족 모두의 목적지가 되고 말았다.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고 방향마저 잃은 이 가족에게,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나마 하나 남은 뚜렷한 목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장에 들어선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대회장에 들어선 올리브는 곧 위축되고 만다. 어린이 대회이건만, 아이들은 모두 어른 판박이, 어른 미인대회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얼굴엔 짙은 화장, 부풀린 머리, 비싼 드레스, 바비 인형마냥 마른 아이들의 날씬한 몸매, 거기에 화려하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한 말솜씨.
우리의 배 통통 귀요미 올리브는 적잖이 당황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연습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 하지만 그 문제성 많은 할아버지가 손녀딸에게 가르치며 함께 연습한 춤은, 아이들이 추기에 영 적절치 않은 엉덩이 댄스다. 그리고 아주 당연히, 올리브의 춤이 시작되자 대회장은 싸늘해진다.
차가운 반응에 얼어가는 올리브. 그러자 아빠는 딸에게 힘을 주기 위해 무대로 뛰어 올라가 딸과 함께 막춤을 추고, 곧이어 오빠, 삼촌, 엄마, 온 가족 모두가 무대 위로 난입해 정체불명의 춤판을 벌이기에 이른다!
이 장면에 이르러 나는 미치도록 웃음이 났다! '뭐 이따위가 있어!' 하면서도 '그래, 이런 게 인생이지!' 했다. 하면 할수록 상황은 꼬여가고 죽을 맛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막춤을 추면서 또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웃는 것. 엉망진창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딱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그들 가족이 세상의 기준에 맞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성공이론을 파는 아빠는 늘 실패, 인정받는 석학인 줄 알았던 외삼촌은 동성애자에 자살기도, 조종사가 되겠다는 아들은 색맹, 미인대회가 꿈인 딸은 통통 귀요미… 그들은 그렇게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어딘가가 상당히 어긋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비록 미인대회의 기준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 해도, 올리브는 여전히 귀염둥이고, 영특하고, 소중한 아이이며, 가족들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것을. 그 가치는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이 가족이 제대로 풀린 건 하나도 없다. 그들은 미인대회 측의 강력한 경고를 받고 다시는 출전할 수 없게 되었으며, 할아버지의 장례를 무사히(?) 치러야 하고, 각자가 가진 문제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이었고, 함께 난관을 헤치며 함께 웃었고, 그로써 다시 무언가를 해볼 힘이 생긴 듯이 보인다. 여전히 엉망진창이고 실패하게 될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나는 이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을 적잖이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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