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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 추억 한 땀, 행복 한 땀! 삶을 깁는 바느질

스위벨 2016. 5. 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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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繕 , A Stitch of Life)

 

/ 미시마 유키코 감독

/ 나카타니 미키, 미우라 타카히로, 카타기리 하이리 출연

 


추억 한 땀, 행복 한 땀!

삶을 깁는 바느질.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줄거리, 내용    

 

미나미 양장점의 오래된 간판

고베 지역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미나미 양장점'. 옷을 만들었던 할머니의 일을 이어 받아, 손녀인 '미나미 이치에(나카타니 미키)'가 정성스럽게 옷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디자인의 옷은 만들지 않고, 오직 할머니가 만들었던 디자인 그대로 만들어, 선대부터 거래하던 가게 한 곳에서만 옷을 판매한다. 그 외에 나머지는 할머니가 만들었던 마을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 '미나미 양정점'에 백화점 직원 '후지이(미우라 타카히로)'가 찾아온다. 미나미 양장점에서 이치에가 만든 옷을 백화점의 정식 브랜드로 런칭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치에는 단칼에 거절한다. 얼굴을 모르고 사람을 모르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모르는 채로, 마구잡이로 옷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리고 이치에는 할머니가 하던 일을 이어가는 것에만 의미를 두려 한다.


미나미 양장점의 이치에와 후지이


후지이는 이치에가 자신의 디자인으로 옷을 만드는 것을 쉽게 포기하고, 도망치려고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년 미나미 양장점 주최로 열리는 '연회'-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특별한 옷을 입고 즐기는 그 행사에 참석한 후 생각이 달라진다. 그리고 결국 브랜드 런칭을 포기하고 도쿄로 떠난다.

그러나 그가 떠난 후, 이치에는 자신도 미처 몰랐던 마음을 깨달으며 동요를 느끼게 된다.

 

영화 미나미 양장점 포스터

[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

 

미나미 양장점의 주인 이치에(나카타니 미키)는 이런 일을 한다. 엄마가 입던 원피스를 딸인 소녀의 몸에 딱 맞게 고쳐주고, 할머니가 결혼할 때 받아서 오래 간직해온 천을 멋스러운 치마로 만들어 주고, 나이들어 변화하는 몸에 따라 할아버지의 양복을 수선해 주고, 소박한 마을 사람들이 단 하루 멋진 옷을 입고 뽐낼 수 있는 화려한 연회를 연다. 물론, 그 연회에서 입는 마을 사람들의 옷은 모두 미나미 양장점에서 만든 것으로, 매년 연회를 앞두고 미나미 양장점에서 정성껏 수선하고 손질한다.


옷을 수선하는 이치에

 

이렇게 미나미 양장점의 옷은 이렇게 누군가가 지녀온 삶의 한 조각이고,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삶이 되는 옷이다. 그리고 이치에는 옷 속에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내 몸이 변해가는 흐름에 따라 고쳐 입고, 소중한 추억이 담긴 옷을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으로 수선해 입고, 엄마와 딸이 하나의 원피스를 함께 공유해 입을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미나미 양장점의 옷은, 한 사람의 인생과 함께한다.

  

일시적인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쭉 함께하는, 수수하지만 유행타지 않는 한 벌의 옷처럼, 영화도 마치 그런 느낌이다. 어느 소박한 주택가 골목 한 자락에 위치하는 미나미 양장점과 사람들의 이야기. 세련되지는 않아도, 편안하고 조급하지 않다.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들도 안달복달하며 마구 내지르는 게 아니라, 잔잔한 듯 하면서 순간순간 파동과 굴곡이 느껴진다.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치에

 

일명 '슬로우 라이프 무비'로 칭해지는 계열의 일본 영화들에서는 그 동안 '소울 푸드'를 참 많이도 이야기했다. 고픈 마음을 채우고, 삶의 추억과 의미를 담는 음식. 이 영화의 감독인 미시마 유키코 또한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영화인 '해피해피 브레드', '해피해피 와이너리'를 연출했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은 그런 전작 영화들과 커다란 맥락과 분위기는 같이 하면서도, ''이라는 소재의 변주를 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치에와 친구들

 

그 동안 나는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보면서, 인위적이고 연극적인 장면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

 

이치에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연회 속 마을 사람들의 모습, 이치에가 만든 웨딩드레스 자락이 풍선을 따라 떠오르는 장면 등은 그저 작위적으로 '꾸며진' 한 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고풍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양장점이나, 이치에의 옷을 판매하는 가게의 분위기는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나 존재할 것만 같다.

그래서 영화가 잔잔하고 일상적이고 평온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순간 몰입했다가도, 갑자기 현실과의 괴리감에 멀리 밀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미나미 양장점의 이치에

 

하지만 누군가 굳이 묻는다면,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고 대답하고 싶다. 사람의 삶과 함께하는 ''이라는 소재, 정성껏 한 땀 한 땀 정성껏 깁고, 옷의 부분부분을 떼어내 고치는 장면, 한적한 마을의 풍경과 그 속의 별다를 것 없는, 그러나 각자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등은 참 잔잔한듯 평온했고, 왠지 아련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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