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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말을 봉인당한 소녀의 노래

스위벨 2016. 4. 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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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心びたがってるんだ, The Anthem of the Heart)

 

/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

/ 미나세 이노리, 우치야마 코우키, 아마미야 소리 목소리 출연

 

 

가슴에 가둔 말들이

자꾸만 넘쳐 흐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줄거리, 내용    

 

밝고 활발한 수다쟁이 꼬마 '',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준이 내뱉은 한 마디로 준의 부모님은 이혼하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이 한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준 앞에 달걀요정이 나타나고, '준'의 입을 봉인한다.

  

 

고등학생이 된 , 그녀는 말을 잃었다. 말만하면 찾아오는 극심한 복통 때문에,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그런 준을 학교 행사인 지역교류회의 준비임원 중 하나로 뽑는다. 은 같이 준비임원이 된 타쿠미에게 자신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고, 타쿠미는 말이 힘들다면 '노래'는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쓰고, 타쿠미는 그것을 뮤지컬 노래로 만든다. 그리고 반 아이들을 설득해 그 뮤지컬을 지역교류회 행사에서 공연하기로 하고, 준은 뮤지컬에서 주인공역을 맡아 노래하게 된다.

 

하지만 은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마음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공연 당일 도망쳐 사라진다.

  

 

◇◆◇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속 주인공 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달걀요정에게 말을 봉인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가두어 둔 것은 다만 준 뿐만이 아니다. 준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주는 타쿠미도,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예쁜 모범생 나츠키도, 부상당한 야구부 에이스 다이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속마음을 감추고, 그것이 익숙해지자 어느새 타인에게 전해야겠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아이들이 '뮤지컬'을 계기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보이기 시작한다. 뮤지컬 작업은 직접 이야기를 쓴 은 물론이요, 다른 아이들에게도 치유의 과정이 된다. 물론 아직 설익은 그들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툴고, 억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봉인된 계란 껍데기를 부수고 나오는 십대 아이들의 마음은 그만큼 절실하다.

  

 

애니메이션은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는 '말'에 대해 많은 이야기한다. 말이란 곧 누군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통로이니까.

 

어린 준이 무심코 내뱉은 '말'은 결과적으로 부모님을 이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준의 입을 봉해버린 것 또한 부모님의 '말'이었다. 사실 어른들도 비겁한 핑계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준이 모든 것을 달걀요정 '때문'이라고 말하듯, 부모님도 사실 자신들의 잘못인 것을 뻔히 알면서 준의 말 '때문'이라 말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가정이 깨어진 것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어서, 무언가 핑계를 대고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어서.

 

그것은 준의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면서, 자신의 문제라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꼬투리 잡아 막말을 던지고, 비난하고, 말로 상처 준다.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는 이 같은 내용을 보여주며 말이 가진 힘을, 말이 가진 잔인성을, 그리고 말이 타인에게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큰 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좋은 말 한 마디가 타인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얼마나 기적 같은 힘을 가졌는지.

 

타쿠미의 말이 에게 힘을 주었고, 의 노력은 다이키를 변화시켰으며, 준비위원들의 진심이 담긴 말은 뮤지컬에 반대하던 반 아이들을 설득했다. 준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다카시는 다시 힘내 야구를 하게 되었고, 타쿠미와 나츠키는 서로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과 마음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는 세상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극의 후반부까지도, 나는 상당히 거리감 있는 시선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단지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스토리를 머리로 이해하는 정도였지, 크게 감흥은 없었달까.

환상 속의 달걀요정으로 설명되는 말을 잃은 소녀, 그녀가 친구와 문자로 나누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동화 같은 내용의 뮤지컬, 얽혀버린 사랑의 마음과, 극적인 긴장을 위해 만들어진 도피까지.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상황이 부풀려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피상적인 감정이 넘쳐흐르는 듯이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부근, 준이 뮤지컬 속에서 말을 잃은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향해 걸어 나오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였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난데없이 울컥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 애니메이션에 풍덩, 마음이 적셔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가 가진 최대 무기는 바로 이 '노래'라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조차 힘겹던 소녀 ''. 그런 그녀가 너무도 맑고 청아하게 부르는 노랫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마음까지 닿는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지만 전혀 다른 가사를 담아 태어난 노래는, 바로 준의 '마음'이 되어 전해진다.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막으려고 해도 자꾸만 흘러나오던 그 '마음'이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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