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The Little Prince)
/ 마크 오스본 감독
/ 레이첼 맥아담스, 제프 브리지스, 맥켄지 포이, 마리옹 꼬띠아르 목소리 출연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
줄거리, 내용
엄마(레이첼 맥아담스)가 설계한 인생계획표대로 1분 1초를 살아가는 어린 소녀(멕켄지 포이). 원하던 명문학교 입학이 좌절되자, 엄마는 어떻게든 소녀를 그 학교에 보내기 위해 근처로 이사를 간다.
새로 이사간 집 옆에는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제프 브리지스)가 살고 있다. 뒷마당에서 비행기 조립을 하다 소녀네 집을 망가뜨리면서 처음 만난 할아버지와 소녀. 그 후 소녀는 할아버지로부터 오래 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종사가 사막에 추락했을 때 만난,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소녀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꿈을 꾸고 상상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가고, 엄마가 짜놓은 대로 사는 자신의 삶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할아버지는 소녀에게 어린왕자의 마지막 결말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소녀는 어린왕자 이야기의 마지막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
우리가 잘 아는 어린 왕자 이야기인데, 또 아주 새로운 어린 왕자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어린왕자'는 일종의 액자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겉의 큰 틀을 이루고, 할아버지가 소녀에게 해 주는, 우리가 익히 아는 어린 왕자 이야기가 액자 속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후반부, 그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만나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할아버지와 소녀의 현재 이야기는, 우리가 익숙히 접한 CG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어린 왕자 이야기 부분은 종이인형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CG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는 화려한 색체와 생동감을 맛볼 수 있고, 종이인형을 제작하여 찍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표현방법이 참 감탄스러운 장면이 몇몇 있었다. 현재에서 이야기 속의 세계로 옮겨갈 때 비행기가 종이 구름으로 빠져드는 표현이라든지, 사막에 밤이 찾아오자 실에 매달린 별이 하나 둘 총총 내려오는 장면이랄지, 소녀가 할아버지를 만난 후 자신의 엄마를 어린 왕자가 만난 이상한 별의 한 '어른'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의 장면 등등. 그러한 장면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만나서 정말, 마치 내가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팍팍한 세상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꿈을 잃는다는 것, 어린 시절을 잃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꿈을 꾸던 어린아이도 결국에는 어린 왕자가 "어른들은 참 이상해"라고 말했던, 바로 그 어른으로 자라고 만다. 셈 밖에 모르고, 허영이 가득하고, 의미 없는 일에 찌든.
그래서 소녀는 말한다. 자신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두렵다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대답해준다. 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 되는 거라고.
나에게 어린왕자는 어린 시절부터 참 소중한 책이었다. 그런데 커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왕자를 떠올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음 한 쪽에는 약간의 슬픔이 동반되었다. 마치 어린왕자 이야기의 결말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애니메이션 속의 소녀와 같은 마음이었다. 어쨌든 영원한 이별이고, 자신의 소행성으로 어린왕자가 무사히 돌아갔는지 정확하지도 않고, 그저 사막 한복판에서 죽어버린 것이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결국 애니메이션 속 소녀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눈물을 흘릴 것을 각오한다는 거에요."
마치 어린왕자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장미에게 돌아가겠다는 어린왕자를, 눈물로 기꺼이 떠나보내 주었던 여우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운 소녀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어린 왕자와 할아버지의 웃음을 들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소녀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그들이 함께하고, 그들의 웃음이 크게 울렸다.
물론 나는 지금도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는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드리지는 못하는, 한낱 속물적 어른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린 왕자를 생각할 때면, 예전에 느꼈던 먹먹함에 약간의 따스함을 함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소녀의 마음 속에는 늘 그들이 존재하고, 밤하늘에서는 그들의 별이 웃고, 그러면 지구에서 소녀도 함께 미소 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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