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
/ 픽사 애니메이션
/ 피트 닥터 감독
/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목소리 출연
줄거리, 내용
아빠 직장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게 된 소녀 '라일리'. 라일리의 머릿속에 있는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다섯 감정이 산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슬픔이 아무것에도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던 중, 기쁨과 슬픔이 감정 컨트롤 본부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감정컨트롤 본부에 남은 버럭, 까칠, 소심은 나름대로 고군분투해보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때문에 라일리의 감정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가출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점점 무너져가는 라일리를 잡아주기 위해 기쁨과 슬픔은 어서 빨리 본부로 돌아가야만 상황. 그 길에서 기쁨이는 라일리를 위해 슬픔을 떨어뜨려놓고 혼자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정작 기쁨 자신도 기억의 쓰레기장으로 빠져 버리고 마는데…
◇◆◇
생텍쥐페리의 책 '어린왕자'의 시작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치는 것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중략)… 이 어른은 위로를 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그래도 이 모든 이유가 부족하다면, 이 어른이 전에 어린이로 있던 시절에 이 책을 바치고자 한다. 어른은 누구든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을 거쳐온 것이므로. "
나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이 글이 떠올랐다. 어린 왕자를 어른에게 바치고 싶었던 생텍쥐페리처럼, 나도(비록 내 것은 아닐지언정!) 이 애니메이션을 어른들에게 주고 싶었다. 슬픔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져 버린, 철든 어른들에게.
슬픔. 그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다. 모든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웃음이 아닌 울음으로 세상을 맞이하니까. 그리하여 우리는 슬픔을 배우고, 슬픔을 다스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른이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많은 '어른'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건 이미 철이 들어버린 나를 위한 눈물이었으리라. 어른으로 살기 위해 꽁꽁 감추어 두었던 나의 '슬픔'을, 그 순간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 쓰다듬어 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우리는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맞기 위해 우선 슬픔과 만나고 제대로 인사할 필요가 있다."
- 프랑스아 를로르 (꾸뻬씨의 행복여행 작가) -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머릿속 세상(기억과 망각, 상상, 감정 등)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놓은 위트 넘치면서도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즐거웠고, 다섯 감정들이 가진 그들만의 성향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또 그 안에서 '라일리'라는 소녀의 성장을 보는 것도 가슴 찡했다. 라일리는 곧, 우리가 지나온 그 시간이었으므로.
라일리가 슬픔 중에도 가족의 사랑으로 기뻐할 수 있었듯, 우리가 가진 수많은 슬픔도, 그렇게 행복으로 갈 수 있길.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이였던 나를, 그리고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혹은 아이를 잃어버린 나를) 잠시나마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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