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 (秒速 5センチメ-トル)
– 당신의 사랑은 어떤 속도로 가고 있나요?
/ 신카이 마코토 감독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언어의 정원], [별을 쫓는 아이]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총 3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벚꽃초>, <코스모나우트(우주비행사)>, <초속5센티미터>라는 각각의 제목을 가진 단편이 이어져,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벚꽃무리
초등학생 토오노와 아카리. 그들은 둘 다 전학을 왔다는 동질감으로, 금새 친해졌다. 어느 날 아카리는 말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cm래. 내년에도 함께 벚꽃 볼 수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카리는 다시 전학을 갔고, 둘은 헤어졌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아카리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더 먼 곳으로의 이사를 앞둔 토오노는 아카리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눈이 많이 내리고, 열차는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약속 시간이 몇 시간이나 지났어도 아카리는 가지 않고 토오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도시락을 먹고, 헛간에서 기댄 채 잠들고, 눈 쌓인 벚꽃나무 아래서 첫키스를 한다.
우주비행사
고등학생이 된 토오노. 그는 멀리 한 섬으로 전학 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섬에는 토오노를 좋아하는 소녀 '카나에'가 있다. 그녀는 토오노에게 마음을 고백하려 하지만, 결국 스스로 깨닫고 만다. 토오노가 보는 곳은 자기가 아니라 훨씬 더 먼 다른 곳이라는 걸. 그래서 그녀는 결국 고백의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
초속 5센티미터
성인이 된 토오노는 3년간 사귄 애인과 헤어진 상태고, 아카리는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어느 봄날, 토오노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아카리를 마주쳐 지나가게 된다. 토오노는 아카리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돌아보면 그녀도 분명 돌아볼 거란 생각으로 뒤를 돌았다. 그런데 그때, 둘 사이에 기차가 지나가며 서로의 모습을 지운다. 그리고 기차가 사라졌을 때, 그 자리에 아카리는 없었다. 토오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가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너와 나의 속도
초등학교 시절 아카리와 토오노는 함께 같은 속도로 나아갔다. 하지만 종종 시간이 어긋날 때도 있었다. 조금 빠르게 뛰어간 아카리와 뒤쫓던 토오노 사이를 기차가 막아 설 때도 있었다. 아카리를 만나러 가던 날, 눈 쌓인 길을 기차는 참으로 느리게, 전진해갔다. 그러나 그럴 때 아카리는 멈추어서 기다렸다. 기찻길의 건널목에서도, 역의 대합실에서도. 그렇게 둘의 속도는 맞추어 질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아카리와 토오노. 그 둘은 같은 도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속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다른 두 사람이 한 점에서 마주했다. 예전, 아카리가 벚꽃의 속도를 가르쳐주던 바로 그 기찻길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토오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마치 그때처럼 기차가 둘 사이를 가르듯 지나갔다. 기차가 지나간 다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차가 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가는 동안 토오노는 잠시 멈추어 서서 기다렸지만, 아카리는 다른 속도로 자신의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어렸을 때처럼 토오노를 기다려주던, 그래서 함께 같은 속도로 걷던 아카리는 이제 없다. 그리고 이내 토오노도 아카리와 반대 방향으로,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토오노를 짝사랑하는 동급생 카나에. 그녀는 서핑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파도를 탄다는 건 쉽지 않다. 파도와 같은 속도로 나의 속도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번번이 서기를 실패하던 카나에는 오랜 연습 끝에 성공해낸다. 그리고 그날 토오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한다. 드디어 자신이 파도의 속도에 맞출 수 있게 된 그날 말이다.
그러나, 카나에는 멀리 쏘아 올려진 로켓을 보고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자신의 속도가 현저히 다르다는 걸, 그건 파도와는 달리 자신이 아무리 맞추려 해도 맞출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우주선이 발사체까지 옮겨질 때는 시속 5km의 속도다. 하지만 우주로 날아가는 순간은, 그와는 다른 또 다른 빠른 속도를 가진다. 그건 지구의 다른 모든 것을 뒤로 남겨두고 홀로 날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롭고, 고독하다. 하지만 우주선은 그렇게 우주로 가야만 하는 존재다.
모든 것에는 각자가 가진 속도가 있다. 그리고 그 속도로 인해 거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같은 속도로, 같은 곳에 위치한 마음을 두 사람이 나누어 같기란 기적과도 같다. 게다가 잠시 일치했다 하더라도, 각자의 삶 속에서 다시금 속도는 틀어지기 마련이다. 늘 그렇게 간발의 차로 어긋나고, 헤어진다.
◇◆◇
애니메이션에는 줄곧 속도와 거리 관한 것들이 등장한다. 아카리가 말한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우주선이 옮겨지는 속도 시속 5km, 1cm도 가까워지지 않은 토오노와 연인 사이의 마음…
수치와 속도, 그리고 거리. 감성적인 것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 단어들은, 서로가 가진 삶의 방향과 마음 사이의 간격을 더 없이 효과적으로 나타내 주었다. 결국 스쳐 지나가야 할 엇갈린 사랑까지도.
내내 은은한 분홍빛이 맴돌던 화면은 그렇게 아련한 기억만을 남긴 채 끝났다. 살다 보면 때론 그렇게 스쳐 지나가야 할 것들이, 내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화면이 끝나고 잠시 말을 잃었다가, 토오노가 그랬듯 이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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