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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은은한 빛깔에 폭신하게 녹아들다

스위벨 2014. 2. 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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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Ernest et Celestine, Ernest & Celestine)

- 은은한 빛깔에 폭신하게 녹아들다

 

 

/ 벵상 파타, 스테판 오비에, 벤자민 레너 감독

/ 프랑스

 

 

생쥐 소녀 셀레스틴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어디서건 틈만 나면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모두들 셀레스틴에게 그림은 그만두고, 곰 이빨 모으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한다. 곰과 쥐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말이다.

 

 

쥐 세계에서는 '앞니'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이 앞니를 대신할 곰의 이빨을 찾아오는 건, 치과의사 견습생인 셀레스틴이 해야 할 일이다. 어느 날 이빨을 찾기 위해 곰의 집에 침입한 셀레스틴은 곰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고, 도망치던 그녀는 길거리의 쓰레기통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한편, 거리의 악사인 곰 아저씨 '어네스트'. 그는 잠을 자다 일어났는데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악기를 챙겨 들고 길에 나와 노래를 해도 땡전 한 푼 벌 수 없고, 설상가상으로 경찰에게 악기마저 압수당한다. 할 수 없이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지던 어네스트는 쓰레기 통 속의 셀레스틴을 찾아내고 잡아먹으려 한다. 그러나 셀레스틴은 똑 부러지는 말투로 어네스트를 훈계한 다음, 사탕이 가득 쌓여 있는 사탕가게의 지하 창고를 알려준다.

 

 

하지만 남의 사탕가게에 무단 침입해 사탕을 모두 먹어 치운 어네스트는 경찰에 잡혀갈 처지가 된다. 이를 본 셀레스틴은 그를 구해주고, 그 대신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이 곰들의 이빨 가게에 잠입해, 곰 이빨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쥐 세상까지 이빨을 운반해준 어네스트는, 그만 잠이 들어 쥐들에게 발각되고 만다.

 

 

결국 쥐들의 세상에서도, 곰의 세상에서도 도망자 신세가 되어 경찰에 쫓기게 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그들은 어네스트의 숲 속 집에서 은신하며 아옹다옹하는 와중,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간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곰 경찰과 쥐 경찰은 둘을 잡기 위해 그들의 은신처를 점점 조여오기 시작한다.

 

 

 

쥐와 곰, 친구가 되다.

 

처음 셀레스틴을 발견한 어네스트는 배가 너무 고파 그녀를 잡아먹으려 했다. 그리고 쫓기는 처지가 된 후에는 그녀를 절대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겠다며 밖으로 쫓아내고, 또 쫓아냈다. 어네스트가 생각하기에도 곰과 생쥐는 함께 살 수 없었다.

 

그런 어네스트가 마음을 연 건, 셀레스틴이 그린 그림을 보고 나서였다. 예술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흔들곤 한다. 더군다나 어네스트도 예술을 사랑하는 음악가였다. 그 그림을 보고 어네스트는 생쥐 셀레스틴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그래서 둘은 서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셀레스틴이 그림을 그리면 어네스트가 음악을 연주한다. 서로를 위해 작은 것들을 하나씩 배려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 둘을 받아들이지 않고 떼어내려고만 한다. 결국 어네스트를 지키기 위해 곰 세계 재판장에 끌려간 생쥐 셀레스틴. 왜 하필이면 곰과 함께 살려고 하느냐는 곰 재판장의 질문에, 셀레스틴의 답이 걸작이다. "재판장님도 곰하고 함께 살잖아요."

 

 

 

 

애니메이션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 그림과 음악!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은 아주 여러 가지다. 우선 독특한 상상력이다. 마치 수중 도시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하수구 속 쥐들의 마을과, 앞니로 이룩한 쥐들의 지하세계는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쥐들의 앞니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에서 튼튼한 곰의 앞니를 수집해야 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인 셀레스틴은 그림을 사랑하는 꼬마 화가고, 어네스트는 거리의 악사다. 당연히 애니메이션 곳곳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에 맞추어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꼬마 셀레스틴 캐릭터는 참으로 귀엽고, 봄이 온 숲과 눈덮인 풍경은 절로 화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최근 우리가 많이 접하게 되는 애니메이션들은 화려한 색과 더불어 거창하고 디테일한 배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선이 분명하고, 색채도 쨍 하니 또렷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그것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연필을 잡고 손으로 쓱쓱 그린 것 같은 분명치 않은 윤곽선과, 붓으로 칠한 듯 은은하게 퍼지는 색감이 펼쳐진다. 그래서 조금은 유행에 뒤쳐진 듯, 옛스러운 듯한 느낌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그림이 눈에 조금 익자, 더 없이 포근하고 따사로운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어렸을 때, 두툼한 이불 속에 파묻혀 엄마가 읽어 주던 동화책 속의 그림을 보던 것처럼 말이다. 편안하고도 그리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1시간 20분 동안, 나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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