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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늑대 아이 - 엄마와 아이, 함께 자라다

스위벨 2014. 1. 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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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늑대 아이 - 엄마와 아이, 함께 자라다

 

/ 감독 : 호소다 마모루

/ 목소리 출연 : 미야자키 아오이, 오사와 타카오 등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우리나라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또한 '호소다 마모루'는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잇는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나올 때, 자주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가족이 없어 외로운 여대생 하나는 학교 강의실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점점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나를 사랑하게 된 그는 하나 앞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밝힌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늑대인간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이미 사랑에 빠진 후였다. 하나는 모든 걸 무릅쓰고 그와 결혼하고, 곧 아이를 갖게 된다. 가족 하나 없던 외로운 그녀가 드디어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느 비 오는 날, 남편은 늑대의 모습을 하고 죽은 채로 발견된다. 무엇 때문인지 하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미처 누르지 못한 늑대의 본능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그때부터 엄마인 하나는 평범하지 않은 두 아이들을 홀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늑대인간의 아이이니만큼, 아이들도 늑대인간이다. 평소에는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무언가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일, 또는 좋거나 분노하거나 등등이 발생하면 곧바로 늑대의 속성을 드러내고 만다. 그럴 때면 꼬리가 생기고, 귀는 쫑긋 솟아 오른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 때문에 엄마는 늘 안절부절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절대 안 되기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깊은 시골 마을로 들어간다. 아이들을 도시에서 꽁꽁 가둔 채 숨겨두고 기르는 대신,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정체성에 대한 물음

 

늑대 인간인 유키와 아메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남들과 다른 모습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은 늑대로 살기 원하는 아메도, 인간으로 살기 원하는 유키도 마찬가지다. 인간 속에 있어도 유키는 자신을 숨겨야 하고, 늑대를 따라 숲으로 가도, 아메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버릴 수는 없다. 늑대인간인 그들은 엄밀히 말해 '인간'도 '늑대'도 아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충분히 인간도 될 수 있고 늑대도 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첫째 유키는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서 잘 적응한다. 친구도 많고 학교 생활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이 되어, 인간 세상에서 쭉 살아나가기를 원한다.

둘째 아메는 내성적이고 마음 속이 깊은 아이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 나감에 따라, 인간 세상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에 번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숲에서 한 마리 늑대를 만나고 그를 스승으로 삼아, 숲에서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딸 유키는 인간세상으로 나가길 원하고, 아들 아메는 숲에서 살아가길 원한다. 그에 따라 살고자 하는 방향은 각각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는 점점 두렵다. 늑대로서의 삶을 원하는 아메가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릴 까봐서... 오로지 인간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녀는, 아메가 원하는 늑대로써의 삶을 함께 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을 키운다는 것

 

엄마가 된 하나는 점점 강해진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약하기만 했던 여자에서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유키와 아메를 지키기 위해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고, 한 번도 지어보지 않은 농사를 짓느라 녹초가 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엄마는 아이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 그에 따라 엄마는 아이들을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따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이 설사, 엄마인 하나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해도, 이제 하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말이다.

 

 

 

 

'다른 것'에 대한 편견

 

이 애니에서는 '늑대 인간'이란 환상적 존재로 상징화 되어 있지만, 이는 현실상황에서 좀 더 구체화 될 수 있다. 특별한 아이들은 일종의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성적 소수자, 다문화가정의 아이, 장애인, 그 외에 남과 다른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로.

 

하나가 늑대인간인 아이들의 존재를 숨기려는 이유는 한 가지다. 아이들이 늑대인간인 것이 밝혀지면 세상은 그들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배척하고, 괴롭히고, 제거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온갖 편견에 갇혀 세상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편견 속에서 살아남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마치 악을 대하듯 한다. 우리는 곧잘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마치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잔잔한 느낌의 배경이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 펼쳐진다. 시골 마을이 대부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만큼 내내 푸르고, 맑다. 그와 더불어 마음과 머릿속으로는 참 많은 생각과 느낌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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