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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히로세 스즈

스위벨 2016. 2. 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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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海街diary, Our Little Sister)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카세 료 출연

 


아버지와 헤어진 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줄거리, 내용    

 

조그만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그녀들은 15년 전 외도로 인해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다.

  

 

하지만 새엄마 곁에 남겨질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가 마음에 걸린다. 중학생인 스즈의 엄마는 이미 죽고, 아버지는 또 다른 세 번째 부인과 살고 있었던 것. 첫째 사치는 스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스즈는 카마쿠라로 오게 된다.

  

 

이모할머니는 '그래도 너희 가정을 깬 여자의 자식'이라며 우려를 표하지만, 자매들은 스즈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별 것 아닌 순간들에도 스즈와 세 자매에게는 입으로 꺼낼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하게 되고, 스즈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상처'가 되는 상황에 대해 홀로 갈등하고 아파한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첫째 사치(아야세 하루카) /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둘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는 셋째 치카(카호) /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넷째 스즈(히로세 스즈)

 

◇◆◇

 

바닷마을 다이어리, 마음의 기록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본 작가인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원작으로, 아버지의 죽음 후 어린 이복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자매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잘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그 제목처럼이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를 배경으로 평온하게 흘러간다. 잔잔하고도 한편 무심하게.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충분히 크고,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가 될 법도 한데, 인물들이 겪는 갈등은 사소한 말다툼 정도로 끝난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러하듯, 그들은 겉으로 토로하기보다는 속으로 더 많이 담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탁월한 점은, 그 잔잔한 물결 속에서도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인물 개개인의 감정을 너무나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그들 얼굴에서, 머뭇대는 듯한 미묘한 표정에서, 잠시 눈길이 멈춘 순간에서, 지금 그들이 내부에서 치열하게 겪고 있을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담담한 얼굴 뒤에 존재하는 상처


스즈는 언니들 앞에서 늘 웃고, 즐겁다. 그런데 아주 작은 것들에서 겉돌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언니들 앞에서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아버지가 많이 해주던 음식을 처음 먹어보았다고 거짓말하고, 언니들 물음에 괜찮다고만 하고, 언니들의 가정을 깨버린 자신의 엄마 이야기는 꺼낼 수조차 없다.

 

스즈는 '자신의 존재 만으로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느끼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직접 그 상처가 낱낱이 드러나 건드려진 순간에도, 그녀가 하는 건 그저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뿐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러나 상처 받은 것은 세 자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떠난 후, 어머니까지 외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떠났다. 자매들이 어딘가 불안정한 연애를 하는 듯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첫째 사치의 상처가 크다. 사치는 어느 정도 철이 든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떠났고, 그 후 동생들을 돌보아 키웠다. 또한 스즈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지만, 순간순간 그녀가 무리하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어쩐지 스즈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철들어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첫째 사치와 막내 스즈.

  

 


마음을 보듬는 일상의 순간들


그러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그들이 상처받고 헝클어진 마음을 풀어 나가는 방법은 그저 '일상'을 공유하는 것뿐이다. 영화 속에는 거칠게 짐승 같은 민낯을 내미는 갈등도, 크게 감동적인 화해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하는 위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매들이 함께 음식을 하고, 밥을 먹고, 집안에서 하루하루를 공유한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도록.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차츰차츰 하나씩을 꺼내놓게 된다. 무심한 듯, 별 것 아닌 듯, 무겁지 않게 스르르.

 

스즈는 둘째 언니 요시노로부터 언니들 엄마에 관한 추억 이야기를 듣고, 셋째 언니 치카에게는 자신이 가진 아빠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첫째 언니 사치에게 죽은 '엄마'가 그리운 마음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진짜 자매가, 그리고 가족이 되어간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사치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화해하게 된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해, 자매들을 잘 돌보아 주던 식당 아주머니의 장례식 날 마무리된다. 영화 말미, 검은 옷을 입고 장례식을 참석하는 자매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병에 걸려 돌아가신 자매의 아빠도, 그리고 아주머니도, 죽음을 앞둔 어느 날, 봄날의 벚꽃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게 행복하다."

  

 

상처받는 수많은 날들에도 불구하고, 일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짧은 순간들로 인해 또 그렇게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것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과거의 상처가 희미해지고, 결국 가족이 되고, 자신들이 만든 추억이 상처 위에 덧입혀지는, 바닷마을 자매들의 일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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