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もらとりあむタマ子, Tamako in Moratorium)
: 잉여기를 지나는 청춘들을 위한 지침서
/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 마에다 아츠코, 칸 스온 출연
줄거리
23세 사카이 다마코(마에다 아츠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집에 얹혀살고 있다. 빨래, 청소, 요리 모두 아버지 담당. 타마코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버지가 차려준 밥 먹고 빈둥거리며, 만화책 보고 게임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버지의 성화에 구직활동을 해보려고 다마코 나름대로 노력을 해보지만, 참 독특한 그녀의 노력은 이래저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그런데 이혼해서 혼자 지내는 아버지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단다. 다마코는 괜히 방해공작도 해보고 몰래 그녀가 운영하는 학원에 가서 염탐을 시작하는데…
◇◆◇
처음에는 '요 기지배!'하면서 뒷통수를 딱 때려주고 싶었다. 나이든 아버지가 해주는 밥을 그저 먹기만 하고, 심지어 다 큰 딸의 속옷까지 빨아주는 아버지 앞에서도 뭐가 그리 당당한지 아빠한테 큰소리나 친다. 아버지가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그저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아버지가 자신의 방 청소를 하는 동안에도 가만히 앉아 만화책이나 본다.
하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해주는 모든 것에 기대 살면서도 아빠가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건 싫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도 한심하다 생각은 하는지 나름대로 노력을 하긴 하는데, 그 노력의 핀트가 상당히 잘못 맞추어져 있다.
"내가 왜 너를 대학까지 보내줬다고 생각하니?"
"나도 일 할 거야."
"언제?"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곁에서 보다 못한 아버지의 호통에도, 이렇게 뻔뻔하고도 당당하게 '지금은 아니다!'를 외치는 다마코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자신의 잉여기를, 멈춰선 순간을 그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는 건 다마코 자신이구나 싶었다. 이력서에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달라 적었던 그대로, 다마코는 지금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알아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내가 무엇인지 몰라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는 그 상태를 빠져 나오기 위해서.
무언가를 머뭇대는 때가 있다.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다시 돌아 나오느라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럴 때가 있다.
그런데 세상은 착착, 쉼 없이 걸어 나가기만을 바란다. 잘 몰라도,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니어도, 그저 남들 하는 데로 계속 빠르게 걸어만 가기를. 그래서 보통의 청춘들은 늘 바쁘고, 조바심 나고, 숨이 찬다.
요즘 같은 세상에 다마코의 머뭇댐은 그저 배부른 소리로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 상태를 '실패'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한동안 한심하게 머뭇거렸지만, 그 멈춤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궤도를 찾아내려 하는 다마코이기에, 그녀의 잉여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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